“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약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콧물과 가래가 누렇고, 몸에 땀이 많이 나는 감기에는 무채가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콧물과 가래가 멀겋고, 땀이 나지 않으면 흰 쌀죽에 생강을 넣어서 끓여 먹으면 나아요. 이렇게 음식만 잘 먹어도 아플 때 효과를 볼 수 있어요.”
○ 약선, 체력을 길러줘요
김 씨의 약선에 대한 관심은 무료급식을 하면서 시작됐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1995년 서울 세종호텔에서 영양사로 일을 시작한 그는 틈틈이 무료 급식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 음식으로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의사가 되고 싶어 삼수를 할 정도로 한의학에 관심 많던 그였다.
체질 등에 대해 독학을 한 뒤 2006년 한국약선연구원을 거쳐, 지난해 명지대 산업대학원 식품약생학과에서 한방약선요리 석사 과정을 밟으며 약선을 요리에 접목하고 있다.
“약선의 효과는 기본 체력을 길러주는 겁니다. 병은 몸에 균형이 깨졌을 때 들어오는 건데 균형을 잡고 체력을 보강하면 아무리 거센 병이 와도 괜찮아요. 똑같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일했는데 누구는 감기에 걸리고, 누구는 감기에 걸리지 않잖아요.”
○ 약선, 이렇게 구분하면 쉬워요
그는 색깔로 알기 쉽게 구분했다. 푸른색 식재료는 간에 좋다. 술 먹은 다음날 미나리를 넣어서 국을 끓이면 해장에 효과가 있다. 빨간색은 심장에 좋다. 딸기와 석류가 해당한다. 노란색은 위에 좋다. 호박은 소화가 안 될 때 죽으로 끓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흰색은 폐에 좋다. 도라지, 더덕, 인삼 등이 해당한다. 검정색은 신장에 좋다. 팥과 흑임자를 넣어서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도라지, 쑥 등을 한국에서는 나물로 먹지만 외국에서는 약재로 쓰잖아요. 약선은 조금만 신경 쓰면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어요. 한약으로 쓰이는 성장탕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조림에 넣어 주거나, 유산을 잘하는 임산부들에게 효과가 있는 한약재를 넣어 죽을 끓여주는 게 모두 약선을 이용한거죠.”
○ 약선, 잘못 사용하면 안돼요
하지만 김 씨는 잘못된 정보를 갖고 약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일례로 생강이 감기에 좋다고 무조건 먹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생강은 덥게 하는 성질이기 때문에 몸이 찰 때 먹으면 좋지만, 열이 있을 때 먹으면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단다.
정확한 지식을 갖고 제대로 써야 약선이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현재 국제약선사를 준비 중인 그는 약선이 많이 보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선으로 인해 병원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 이유다.
‘스태미너 연두부탕’은 몸을 건강하게 하는 대표적인 약선. 한약재인 당귀, 황기, 육종용을 넣어 끓인 약물과 닭고기 육수를 섞은 뒤 굴소스와 연두부, 잘게 썬 닭고기, 새우, 양파,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스태미너 연두부탕’을 메인 요리로 해서 굴 무밥, 파래무생채, 두릅진미채무침, 도라지 볶음을 함께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육종용은 신장의 양기를 보하고, 당귀는 어혈(고인 피)을 제거하고, 황기는 기를 보하는 작용이 있다. 이 재료들은 허약한 신체를 강하게 하는 닭고기와 함께 양기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치료한다. 육종용과 효능이 비슷한 새우는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두부가 들어가 골다공증을 걱정하는 여성에게 좋다. 굴 무밥은 무가 소화를 잘되게 하고, 굴이 스태미너를 증강하는 효과가 있다. 파래무생채는 파래에 알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 순환에 좋다. 두릅진미채무침은 두릅이 피로 회복과 원기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photolim@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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