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로 건너간 사진들

  • 입력 2008년 4월 15일 03시 01분


회화적 표현의 사진이 갖는 흡인력을 느낄 수 있는 사진전이 두 곳에서 열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민병헌 사진전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세줄의 윤영화 개인전. 자연 풍경을 회화적 감성으로 포착한 점은 공통적이나 그 표현과 접근 방법은 제각기 달라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 민병헌 사진전

수묵으로 그려낸 그림 같다. 나무와 꽃을 근거리에서 찍은 30여 점의 흑백사진들. 멀리 떨어진 꽃과 나무는 선명하고, 가까운 앞쪽에 자리한 대상은 아련하게 보인다. 그 틈으로 부서지는 햇살이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회화의 느낌이 살아 있는 추상적 사진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민병헌(53). 한국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Weed’ ‘Fog’ ‘Snow land’에 이은 ‘Tree’와 ‘Flower’ 시리즈의 첫선을 보였다.

원하는 대로 이미지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도 그는 필름에 수정을 가하지 않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언제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전통적 방법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인화한다. 그럼에도 그의 사진에는 대상의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작가의 감성적 렌즈로 건져 올린 자연의 섬세하고 은은한 결이 살아 있다.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02-511-0668

○ 윤영화 개인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거친 붓으로 풍경을 지워버린 듯, 형태도 색감도 흐릿한 사진들과 만난다.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상징하는 철망을 씌워 이미지들은 더욱 아른아른하게 보인다. 2층에 걸린 작품들은 경계 그 너머의 세계를 보여준다. 텅 빈 화면에 점점이 자리한 섬들은 회화적 미감과 관조적 이미지를 전해준다.

윤영화(44)의 신작 ‘배’와 ‘섬’ 시리즈는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작품들. 촬영에서 인화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조작도 가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사진들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출발이 회화인지라 ‘회화의 건너편에서 회화성을 탐구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이번 전시는 회화의 물질성, 촉각성을 고민해온 과정의 결실이다. 갤러리 홈페이지(www.sejul.com)에서 작가의 오프닝 퍼포먼스 ‘하늘바다로 노 저어가다’를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27일까지. 02-391-917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