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인디앨범 창작열기 꺾지 않았으면…

  • 입력 2008년 4월 15일 03시 01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2003년부터 대중음악의 장르 다양화를 위해 인디레이블 지원사업을 해 왔다.

매년 인디레이블의 앨범 기획안 20가지를 선정해 건당 제작비 1000만 원을 지원했다. 100여 개 앨범이 이 지원금으로 태어났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알려진 그룹 ‘더 멜로디’나 ‘토이’의 객원보컬 이지형 등이 그런 사례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2006년부터 매년 15개팀을 선정해 ‘인디뮤직페스타’도 개최했다.

이런 인디레이블 지원 사업은 음반 산업의 침체로 다양성을 잃어가는 가요계의 작은 희망이었다. “소규모 인디레이블에는 유일하게 기댈 언덕이었다”고 말하는 작곡가도 있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인디레이블 지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제작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홍보 지원비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진흥원의 음악산업팀 최금정 주무관은 “그동안 결과를 평가했더니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앨범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도가 미미했다”며 “뮤지션에게 앨범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지만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 앨범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제작비 지원을 하지 않는 대신 3차례 오디션에서 선정된 6개팀을 대상으로 7월 인천 송도유원지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참가를 위한 프로모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비도 2억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늘렸다. 창작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홍보 활동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 조치에 대해 인디뮤지션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인디레이블 기획사인 ‘클럽 빵’의 김영등 대표는 “다양한 음악의 창작 여건을 위해 지원하던 사업이 변경돼 아쉽다”며 “인디는 본래 거칠 것 없는 실험 정신에서 꽃필 수 있는데 진흥원의 조치는 그런 시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인디레이블 관계자는 “요즘에는 홈레코딩 시스템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앨범을 만들 수 있다”며 “앨범 제작 지원비로 1000만 원씩 책정하는 게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홍보비를 지원하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진흥원의 조치는 인디레이블에서도 옥석을 가리자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성과를 예측할 수 없는 창작 활동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흥원이 지원 방침을 바꾼 데에는 인디레이블계가 그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예술은 반드시 투입한 만큼 산출이 되는 분야는 아니다. 명반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다. 진흥원이 지원 방침을 변경한 것이 인디뮤지션들이 시행착오를 감행할 수 있는 용기마저 꺾은 것은 아닐지.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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