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너무 높이 올라가는’ 이 남자, 메조 소프라노 밥줄 위협하다

  • 입력 2008년 4월 15일 03시 01분


지난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헨델 오페라 ‘리날도’에 남자 영웅 리날도 역은 여성이 맡았다. 원래 18세기 바로크시대에 ‘카스트라토’(거세를 통해 소프라노 음성을 보유한 남성)를 위한 배역이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여성인 메조소프라노가 맡기 때문이다. 심지어 벨리니 오페라 ‘카플렛가와 몬테규가’에서 남자 주인공 로미오 역도 원래 고음으로 작곡돼 남장을 한 메조소프라노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자 두 명이 사랑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무래도 극 몰입에 방해를 주게 마련이다.

이러한 ‘남장 여자’의 배역을 모두 빼앗아 오겠다는 야심 찬 젊은이가 있다. 바로 카운터 테너 이동규(30·사진) 씨다. 그는 실제로 캐나다에서 최초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시종 케루비노 역을 맡은 카운터 테너였다. 팝페라 가수들이 곱상하고 예쁜 음색을 자랑하는 것과 달리 이 씨는 훤칠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음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을 연기해낸다.

그는 17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리사이틀을 갖는다. 그는 지난해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바로크시대부터 벨칸토, 로맨틱, 현대음악까지 300여 년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다. 또한 오스트리아 빈국민오페라에서의 ‘한 여름 밤의 꿈’에서 오베론 역을,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에서 헨델 ‘라다미스토’의 라다미스토 역을 맡는 등 2년간 유럽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영국은 바로크음악과 카운터 테너 분야에서 자존심과 텃세가 상당해요. 그런데 BBC 카디프 콩쿠르에 출전한 후 영국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가 저를 ‘올해의 아티스트’ 후보로 노미네이트한 것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고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장르의 성악곡을 색깔별로 주제로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반주는 영국 왕립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앤드루 웨스트가 맡았다.

“‘블루’에는 온화한 슬픔이 담겨 있잖아요. 동요 ‘섬집아기’ 같은 노래를 부를 겁니다. ‘노란색’에는 거슈윈의 ‘서머타임’처럼 밝고 천진난만한 느낌이 있는 곡을, ‘레드’에는 사랑과 열정이 담긴 세레나데가 있어요. ‘블랙’에는 어둡지만 속에 수많은 색깔이 숨어 있어요. 제가 해석하는 색깔과 관객들이 느끼는 분위기가 비슷할지 궁급합니다.” 3만3000∼7만7000원. 02-548-448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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