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흥행 마법은 계속된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으로 뮤지컬계의 흥행 제조기로 떠오른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의 신작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프리뷰 기간에 매진된 데 이어 전체 270석 중 평균 80%대의 티켓 판매율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두 형제 주봉과 석봉이 아버지의 유산(당첨된 로또복권)과 이웃집 여자 ‘오로라’를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을 담은 작품. ‘형제는 용감했다’의 흥행 비결은 그간 보여준 ‘장유정 코드’의 힘이기도 하다. 이 뮤지컬을 통해 장유정 코드를 들여다봤다.
○ 뮤지컬계 흥행제조기… 티켓 판매율 80%대
말도 못하던 노인이 갑자기 지팡이를 휘휘 돌리며 힙합 음악에 맞춰 속사포 같은 랩을 쏘아대고 밤마다 찾아오는 ‘오로라’는 꽃무늬 배경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다. “우후∼”라는 감탄사는 보너스다. 초반부는 유머 코드. 종반에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봉-석봉 형제가 우물가에 빠지고 그동안 감춰졌던 노부모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을 울리기 시작한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는 “웃음과 눈물만 섞었다면 다른 소극장 뮤지컬과 차별성이 없다”며 “장유정은 여기에 후반부의 ‘반전’을 더했다. 그것이 ‘장유정’ 브랜드를 만들어낸 ‘알파(α)’다”라고 분석했다.
‘오, 당신…’에서는 점잖던 가톨릭 사제가 ‘방정’을 떨며 관객들을 웃기다가 하반신 마비 환자 최병호의 숨겨진 사연을 보여주며 훌쩍이게 만든다. ‘김종욱 찾기’에서는 1인 다역의 멀티맨을 등장시켜 관객을 웃기다가 첫사랑의 흔적에 힘들어하던 여자 주인공 사연이 드러나며 눈물짓게 한다.
○ 입에 착착 감기는 가사
“주 주 죽일 놈의 주봉이, 써 써 썩을 놈의 석봉이” 또는 가요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의 멜로디를 패러디 해 만든 “난 니가∼”로 시작되는 가사가 공연 뒤에도 입에서 맴돈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멜로디로 뮤지컬의 줄거리를 전달하는 덕분이다. ‘오, 당신’의 “쑥덕∼ 쑥덕∼”이나 ‘김종욱 찾기’의 “나마스테∼ 나마스테∼”처럼 단순한 후렴구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를 타고 반복되는 것도 관객들에게 흥미를 끄는 요인.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 씨는 “쉬우면서도 톡톡 튀는 가사들이 뮤지컬 주 관객층인 20, 30대 여성들에게 ‘장유정’을 찾게 하는 매력”이라고 말했다.
○ 낯익은 한국적 배경
장유정은 현대 한국인에게 익숙한 배경과 소재를 쓴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안동이 배경이 됐으며 형제의 갈등과 경쟁, 서울로 온 자식과 고향에 남은 부모 간의 소통 부재, 전통 혼례와 장례 절차 등 한국인이 쉽게 공감할 만한 소재를 활용했다. 큰 대문과 장독대 우물 등 전통적인 소품들로 채운 무대도 정겨움을 전한다.
‘오, 당신…’에서는 실직으로 인해 해체되는 가정의 아픔을 다뤘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가 터지며 주변에서 심심찮게 접했던 소재다. ‘김종욱 찾기’는 29세 여인이 대학 시절 배낭여행에서 만난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이야기다.
원종원 씨는 “장유정의 작품은 대중에 앞서가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원하는 곳을 긁어준다. 그것이 흥행 비결”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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