付(부)는 손으로 잡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交付(교부)나 送付(송부)에서처럼 주다 또는 넘기다의 뜻과 付託(부탁)에서처럼 맡기다의 뜻이 있다. 여기의 付笑談中(부소담중)은 담소 중에 넘기다, 즉 웃으며 하는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는 말이다.
흥망성쇠를 거듭한 역사 속의 수많은 사건과 영웅호걸들의 활약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 한낱 과거사가 되었을 따름이다. 남은 것은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산뿐이다. 반가운 친구와 술 한 단지를 놓고 흘러간 역사 속 영웅호걸의 일을 웃어넘기다보면, 자연의 무궁함에 비해 인간사는 모두 부질없기만 하다. “세찬 장강은 동쪽으로 흐르며, 부서지는 물결로 영웅들을 모두다 씻어가 버렸다. 시비와 성패는 헛된 것이 되었고, 청산만이 예전처럼 남았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붉었던가. 낚시하는 백발노인은 강가에서, 가을 달과 봄바람을 일상으로 맞이한다. 탁주 한 단지로 재회를 즐기며, 고금의 수많은 일들, 모두 다 웃으며 나누는 이야깃거리로 넘긴다.” ‘三國演義(삼국연의)’의 序詞(서사)로 쓰인 明(명) 楊愼(양신)의 ‘臨江仙(임강선)’의 내용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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