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98>古今多少事, 都付笑談中

  • 입력 2008년 4월 16일 03시 01분


多少(다소)는 흔히 많고 적음을 뜻하지만 여기서는 많음을 뜻한다. 상반되는 의미의 한자가 병렬되었을 때 한 글자의 의미만 남고 다른 한 글자의 의미는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多少(다소)는 많음을 뜻할 수도 있고 또 적음이나 약간을 뜻할 수도 있다. 都(도)는 여기서는 모두 또는 전부의 뜻이다. 또 首都(수도)를 뜻하며 일반 도시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우두머리나 수령의 뜻도 있다. 건축책임자는 都料匠(도료장), 목수의 우두머리는 都木手(도목수)라 한다. 都督(도독)에서처럼 통솔하다의 뜻도 있다.

付(부)는 손으로 잡아 남에게 주는 것으로, 交付(교부)나 送付(송부)에서처럼 주다 또는 넘기다의 뜻과 付託(부탁)에서처럼 맡기다의 뜻이 있다. 여기의 付笑談中(부소담중)은 담소 중에 넘기다, 즉 웃으며 하는 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는 말이다.

흥망성쇠를 거듭한 역사 속의 수많은 사건과 영웅호걸들의 활약도 시간과 함께 흘러가 한낱 과거사가 되었을 따름이다. 남은 것은 세차게 흐르는 강물과 푸르른 산뿐이다. 반가운 친구와 술 한 단지를 놓고 흘러간 역사 속 영웅호걸의 일을 웃어넘기다보면, 자연의 무궁함에 비해 인간사는 모두 부질없기만 하다. “세찬 장강은 동쪽으로 흐르며, 부서지는 물결로 영웅들을 모두다 씻어가 버렸다. 시비와 성패는 헛된 것이 되었고, 청산만이 예전처럼 남았는데, 석양은 몇 번이나 붉었던가. 낚시하는 백발노인은 강가에서, 가을 달과 봄바람을 일상으로 맞이한다. 탁주 한 단지로 재회를 즐기며, 고금의 수많은 일들, 모두 다 웃으며 나누는 이야깃거리로 넘긴다.” ‘三國演義(삼국연의)’의 序詞(서사)로 쓰인 明(명) 楊愼(양신)의 ‘臨江仙(임강선)’의 내용이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