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00>客到家常飯, 僧來穀雨茶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1분


客(객)은 손님을 뜻하며 賓客(빈객)이나 顧客(고객)처럼 쓰인다. 또 나그네의 뜻도 있으니 旅客(여객)이나 客愁(객수)처럼 쓰인다. 귀족이나 권세가에 의탁해 지내는 食客(식객)을 가리키기도 하며, 劍客(검객)이나 墨客(묵객)에서처럼 한 방면의 전문가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밖에 지나갔음을 뜻하기도 하니 客年(객년)과 客春(객춘)은 지난해와 지난봄을 가리킨다.

到(도)는 이르다 또는 도달하다의 뜻이다. 至(지)의 뜻과 刀(도)의 음을 취했다. 뒤의 來(래)와 짝이 된다. 家常飯(가상반)은 집안에서 늘 먹는 보통 음식이다. 常(상)은 일상적이거나 평범하다는 뜻이고, 飯(반)은 밥 또는 음식을 뜻한다. 僧(승)은 스님이다.

穀(곡)은 곡식 또는 양식을 뜻한다. 穀雨(곡우)는 24절기의 하나로 淸明(청명)과 立夏(입하) 사이 4월 20일 전후에 온다. 유난히 곡식에 이로운 비가 오는 때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즈음에 새로 난 잎을 따서 만든 차가 특히 상큼하고 향기롭다.

茶의 독음은 ‘차’와 ‘다’가 의미의 차이 없이 혼용되며 그 구분이 간단치 않다. 대체로 단독으로 쓰거나 紅茶(홍차)나 冷茶(냉차)처럼 각종의 차를 가리킬 때는 ‘차’로 읽고, 뒤에 한자가 이어지는 어휘에서는 흔히 ‘다’로 읽는다. 茶飯事(다반사)는 차 마시고 밥 먹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예사로운 일을 가리킨다.

손님이 찾아오면 늘 먹는 음식을 내놓고 스님이 들르면 차를 내놓는 생활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세속의 욕심이 없기에 가능한 소탈함과 自適(자적)이 그 투박한 표현과 어우러져 담담한 맛을 더한다. 元(원) 楊朝英(양조영)의 ‘水仙子(수선자)·自況(자황)’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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