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여자 아이 라킨의 집에 아기 바구니가 놓여 있다. ‘아기를 찾으러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편지와 함께. 라킨의 할머니와 부모, 라킨, 섬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기 소피.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소피와 헤어질 때가 가까웠음을 느낀다.
‘가위바위보’는 상처를 이겨내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가족에게는 라킨의 동생을 잃은 슬픔이 있지만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다. 마음에 억지로 가둬 두려고만 했던 아픔을, 가족들은 소피를 키워가는 과정을 통해 정면으로 마주한다. 소피의 엄마가 찾아와 소피를 데려가고 나서야 가족들은 그때의 고통을 서로 털어놓으면서 편안해진다. 떠난 소피에 대해 가족들이 얘기할 때에도 소피와 헤어진 슬픔이 아니라 소피와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가위바위보’는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의 힘을 알려준다. 꾹꾹 담아 두기만 했던 과거를 말로 표현할 때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이,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에 담겼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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