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애란, 고인 글 뱉으니 하고픈 말 고이네

  • 입력 2008년 4월 22일 08시 27분


문학계 ‘앙팡테리블’…문학라디오 ‘문장의 소리’ 진행자

“‘다시 김애란이다.’ 글이 아니라 음성으로 그녀가 독자 곁에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 인터넷 클릭 한 번이면 OK 목소리는 썩지 않으니 두고 들어도 좋다”

은은한 푸른빛의 눈화장을 한 여인이 핑크빛 립스틱을 바른 입술로 조용조용 원고를 읽는다. “목소리는 썩지도 않는데…” 방송이 부끄럽다며 살짝 엄살을 부리던 여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방송사고 하나 없이 무난히 1부 녹음을 끝낸다. 호흡도 차분하고 발음도 정확하다.

이십대의 끝자락, 소설가 김애란이 인터넷문학라디오 방송 ‘문장의 소리(http://radio.munjang.or.kr) 진행자로 나섰다. 2002년 스물두살 등단, 2005년 스물다섯 역대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 한국문단의 미래를 이끌 총명한 젊은 작가 등 그를 수식하는 말은 한결같이 화려하다. 그러나 그의 음색만큼은 발랄한 문체나 분주했던 경력과 달리 차분하고 은은했다.

“음성은 표정이나 제스처, 글하고 또 다르다. 그 목소리랑 실제로 만났을 때 다르고… 목소리의 리듬이나 색깔 같은 게 성격이 묻어나는 것 같다.”

과거 청취자였던 김애란은 이기호, 한강, 이문재 등 다른 선배들의 방송을 들으면서, 매번 초대작가들의 다른 모습을 마주치는 게 신기했다고 한다. 그 또한 이제 ‘다른’ 김애란을 보일 차례다.

그의 고정 팬 중에 방송을 듣고 환상이 깨지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팬보다는 조그마한 스튜디오에서 작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제가 어떻게 팬들에게 드러나 보일까 생각하기보다는…” 이라고 운을 떼다가 “팬이 아니라 독자”라고 바로 잡으며 “너무 대외적인 발언”이라고 크게 웃었다. 항상 말을 해놓고 자책할 때가 많아서 “글은 숨을 곳이 많은데, 말은 아니다. 딴소리도 하고 후회하고… 예전에는 라디오 손님조차도 꺼렸다”고 고백했다.

첫 녹음 현장에서도 “이 세계에 제 미욱함(어리석고 미련)의 자국을 선명히 남기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수줍은 속내를 밝혔다. 그래도 진행자를 맡게 됐을 때 예정에 없던 뜻밖의 일이라 “살면서 라디오 진행을 언제 해볼까”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김애란은 현재 장편을 쓰고 있다. 올해 안에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김애란의 2007년 소설집 ‘침이 고인다’(문학과 지성사)의 광고 카피는 ‘다시, 김애란이다!’였다. 역시 다시 김애란이다. 이젠 글이 아니라 음성이다. 독자들 곁에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 인터넷 클릭 한 번이면 된다. ‘목소리는 썩지도 않는다’고 하니 두고두고 들어도 그만이다. 매력이 다분한 목소리다. (방송문의 문학나눔사무국 02-760-4690)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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