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중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언론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 왜곡돼온 언론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고, 굽은 것을 펴는 일이다. 멀게는 전두환 정부 이래 잘못된 방송, 언론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2012년을 목표로 한 지상파와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차질 없게 하고, 미디어 개방 추세에 맞춰 시장원리에 입각한 방송통신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내 미디어산업을 보면 글로벌 거대 미디어그룹에 맞설 능력이 없다. 국내 콘텐츠 제작능력 확충에도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미디어로 만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TV방송은 문자화하고, 신문은 동영상화하는 게 요즘 추세다. 미래의 매체는 단일 미디어로 수렴할 것이다. 통신의 방송 진출, 방송의 통신 진출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양질의 콘텐츠 생산능력을 가진 신문만 팔다리를 묶어 놓는 것은 시대착오이고 국가로서도 큰 손실이다. 일본도 아사히신문과 TV아사히, 산케이신문과 후지TV 등 초창기부터 신문과 방송이 교차 소유하는 복합미디어가 발전했고,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케이블, 위성, 신문, 잡지, 미디어기술까지 아우르는 복합미디어 그룹이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겸영과 복합기업화는 더 막을 수 없다. 장벽을 높게 친다고 해도 하늘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국내 공영방송 체제에 대한 개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우리나라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영 형태의 방송이 난립해 있다. 정부 부처들이 방송사를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KTV, 국회는 국회방송, 교육부는 EBS, 서울시는 교통방송과 TV서울, 국방부는 국군방송 등을 갖고 있다. 국영방송은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자칫하면 정권 홍보에만 매달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 앞으로 ‘공영방송위원회’를 설치해 KBS, EBS, KTV, 아리랑TV, 국회방송 등을 정비 통합해야 한다. 항간에는 KBS와 MBC, SBS가 다른 점은 ‘채널 번호뿐’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KBS나 MBC 등은 소유 형태, 프로그램 편성의 색깔(공익성과 공공성), 수입 구조(재원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 등을 따져봤을 때는 ‘무늬만 공영방송인 상업방송’이다. MBC도 이제는 ‘공영의 가면’을 벗고 커밍아웃해야 할 시점이 됐다.”
―신문법 재개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정부는 신문법을 통해 메이저 신문사 3개사가 점유율 60%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하겠다고 했다. ‘여론 독과점을 깨야 한다’는 좌파 학자들의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적 도시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는 2∼4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서울을 기반으로 한 전국지만 20여 개에 이른다. 신문도 사상의 시장에서 독자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고, 경영이 부실하면 문 닫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좌파 정권은 마이너 신문들을 지원하는 데 언론정책의 초점을 두었다. 신문유통원을 만들어 왜 팔리지도 않는 민간 신문을 국가가 배달해줘야 하는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방신문의 난립과 혼돈을 자초했다. 지방 중소도시에 지역신문은 1, 2개면 충분한데 경기도는 현재 27개가 발행된다. 일부 지방지는 건설업자나 지역토호들이 사업을 비호하기 위해 정부보조금으로 만든 것이다.”
―KBS 2TV나 MBC 민영화도 거론되고 있는데….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려주라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폐합 당시 동아방송 등이 강압에 의해 방송을 빼앗긴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하지만 1, 2TV를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고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원칙대로 하지 못하면 KBS 2TV는 광고를 축소하고 수신료를 올려서 공영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MBC는 적자폭이 늘어나는 지방MBC를 매각한 기금으로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30%)을 구입한 뒤 이를 국민주 60%, 우리사주 10%, 방송문화진흥회 30%로 나누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