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스리랑카를 부강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선물하신 불상이 큰 힘이 될 겁니다.”(경기 부천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19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궁. 스리랑카의 포야 데이(Poya day·음력 보름)인 이날 석왕사 스님과 신도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스리랑카 정부가 석왕사에 불상을 기증한 것. 이 불상은 배로 운반돼 부처님 오신 날인 다음 달 12일 석왕사 법당에 안치된다. 높이 2m, 무게 1.5t의 이 불상이 한국으로 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경기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사장인 영담 스님이 주지로 있는 석왕사는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를 위한 쉼터를 만드는 등 그동안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쳐 왔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스리랑카 해외인력노동청장이 이 사실을 알고 감사의 뜻으로 불상 기증을 제안한 것. 스리랑카는 국민의 70%가 불교 신자다.
이날 만난 권영달 주스리랑카 대사는 “스리랑카 정부가 국제불교센터와 세계불교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한국 불교문화와 사찰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제안해 조계종에 이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라자팍세 대통령이 2005년 스리랑카 왕국의 첫 번째 수도 아누라다푸라의 보리수나무 뿌리 일부를 대통령궁에 옮겨 심어 키운 보리수나무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아누라다푸라의 보리수나무는 인도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왕(재위 기간 기원전 268년∼기원전 232년)의 딸이자 최초의 비구니인 상가미타가 인도의 보리수나무(석가모니가 진리를 깨달았던 나무)의 가지를 심어 자란 나무. 스리랑카에선 스리마하보디라고 불리며 스리랑카인들에게 가장 신성한 유물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스리랑카에는 부처와 직접 연관돼 세계 불교도들에게 인기 있는 역사적 불교 유적이 많다. 17∼20일 스리랑카 왕국의 수도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아누라다푸라, 폴론나루와, 캔디를 잇달아 찾았다.
14세기 이후 스리랑카 왕국의 마지막 수도였던 캔디에는 부처의 치아 사리를 모신 불치사가 있다. 사리는 치아 모양에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으로 장식된 화려한 함에 담겨 있으며 수많은 신자가 이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은 뒤 스리랑카를 세 번 찾았다. 콜롬보에서 동쪽으로 9km 떨어진 켈라니야 사원은 석가모니가 마지막으로 찾아 이곳 강에서 목욕을 했다는 곳이다. 사원 입구에 한국 범종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범종에 새겨진 명문에 켈라니야 사원과 자매결연을 한 서울 강남구 봉은사가 1984년 기증했다고 쓰여 있다.
에디리싱헤 교수는 “스리랑카는 소승불교의 본산인 남방불교의 원류로 태국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불교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콜롬보=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