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맨그룹 이전의 논버벌 퍼포먼스들이 단순한 마임 수준이나 길거리 공연 혹은 타악의 두드림의 틀을 벗지 못했다면 블루맨그룹은 멀티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적극적 활용과 자체 제작한 악기 연주를 결합해 파격성과 실험성으로 주목받았다. ‘난타’ 등 많은 논버벌 퍼포먼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텔을 비롯해 여러 CF에 등장했던 블루맨그룹은 전 세계 1200만 명이 관람해 상업적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논버벌 퍼포먼스로 꼽힌다. 파란 피부색의 ‘블루맨’은 인종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캐릭터라는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는 “논버벌 퍼포먼스는 단순한 스토리와 구성이 넘어야 할 가장 큰 한계인데 블루맨그룹은 블루맨이라는 강력한 캐릭터 덕분에 ‘미스터 빈’ 시리즈처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것이 긴 생명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1991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의 반지하 극장에 세 명의 ‘파란 사나이’가 등장했다.
대머리에 무표정한 파란 얼굴을 한 이들은 대사 한마디 없이 관객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이들은 직접 만든 ‘악기’를 고무 라켓으로 두들겨 내는 독특한 음악과 몸짓으로 관객을 열광시켰다.
17년 전 세 명으로 출발한 ‘블루맨그룹’은 이제 72명의 블루맨을 포함해 7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했다.
뉴욕에서는 19년째 공연이 이어지고 있고 라스베이거스,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 등 9개 도시에서도 상설 공연 중이다. 국내에서는 인텔 CF에서 소개됐던 ‘블루맨그룹’이 6월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대사 없는 캐릭터 이미지를 깨지 않기 위해 육성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블루맨’을 e메일로 만났다.
―현재 활동 중인 블루맨은 몇 명인가.
“무대에는 3명만 오르지만 공연마다 5, 6명의 블루맨이 대기한다. 현재 활동 중인 블루맨은 72명이다.”
―파란 분장은 어떻게 하나.
“연극에서 흔히 사용하는 분장용 페인트를 쓴다. 하지만 그 색깔은 블루맨그룹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색깔 이름도 ‘블루맨 블루’라고 지었다. 이 페인트는 잘 마르지 않아서 방금 칠한 것처럼 촉촉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쉽게 벗겨지기 때문에 공연 중간에 계속 덧발라 줘야 한다.”
―왜 파란색인가.
“자주 받는 질문인데 우리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파란색을 고른 게 아니라 파란색이 우리에게 왔다’고.”
―72명의 블루맨 중 한국인은 없나?
“‘블랙(흑인) 블루맨’은 몇 명 있지만 아직 동양인 블루맨은 없다.”
―‘블루맨’의 조건은….
“우선 키가 178∼185cm는 되어야 한다. 중요한 자질은 악기 연주다. 오디션을 볼 때 1차 테스트로 지원자들은 즉석에서 블루맨의 드럼 연주를 따라해야 한다. 리듬감과 음악적 재능을 보는 것이다. 2차 오디션에서는 대사 없이 몸짓 연기를 테스트한다. 블루맨은 무표정한 얼굴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1, 2차 오디션을 통과한 예비 블루맨은 8주간 훈련을 받은 뒤 최종 선발된다. 경쟁률이 20 대 1에 이를 만큼 치열하다”
―무대에는 늘 3명만 등장한다. 왜 3명인가.
“‘커뮤니티’를 표현할 수 있는 최소 단위가 3이기 때문이다. 짝을 이루는 2라는 숫자에 한 명이 더 추가됨으로써 ‘이방인’의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블루맨의 매력은 음악. 이들이 만든 악기 중 PVC 파이프로 만든 튜불럼(Tubulum)은 베이스 음역의 악기로 신시사이저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블루맨그룹이 만들어낸 악기는 10여 종에 이른다. 이들의 음반은 그래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할 만큼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이번에 내한하는 블루맨그룹의 ‘메가 스타’는 어떤 작품인가.
“블루맨이 ‘록 콘서트 완전 정복’이라는 안내서를 따라 하루아침에 ‘대스타(메가 스타)’가 되는 과정을 통해 록 콘서트를 패러디했다. 300개 도시에서 200만 명 이상이 웃고 간 유쾌한 작품이다. 음악산업의 세계와 스타덤을 풍자한 것인데 궁극적인 메시지는 진정한 메가 스타는 관객이라는 것이다.”
6월 10∼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623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