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의 기획사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는 “오래전부터 고궁에서 이 작품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실내 무대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스펙터클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궁 공연이 갖는 장점은 숭정전과 회랑으로 이뤄진 무대가 객석을 둘러싸고 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객석은 품계석이 놓인 숭정전 앞마당이다.
실내 무대에서는 재판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이번 ‘궁궐’ 공연은 명성황후의 혼례식으로 막을 올린다. 경희궁 문이 열리면 60여 명의 혼례 행렬이 관객석 중앙 통로를 지나 숭정전에 오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명성황후 시해 장면도 현장감이 배가됐다. 궁녀들과 일본 낭인들이 객석 양 측면에 있는 회랑으로 쏟아져 내려와 더욱 빠르고 역동적인 전개를 벌이며 생생한 느낌을 살린다.
‘임오군란’이나 바다에서 벌어지는 양이(洋夷)와의 전투 장면도 실내보다 업그레이드된다. 전투 장면 때는 객석 곳곳에 10개의 대포를 설치해 쏘며 무대 좌우에 있는 가로 4.5m, 세로 1.5m의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해 전투 장면과 명성황후의 피란 장면을 실감나게 그린다. 출연자도 20여 명 늘어났다.
실내 무대에서는 2중 회전무대를 설치했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숭정전 앞의 상월대와 하월대를 활용해 입체적인 구도를 만드는 등 궁의 원형을 살린다. 윤 대표는 “경희궁은 궁의 담장과 기와가 훌륭한 방음벽의 기능을 해 음향 효과가 좋고 규모가 작아 궁을 비롯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라며 “관객석 사방이 무대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마치 역사적 사건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좌석이 같은 높이의 평지에 놓여 전통 혼례 행렬이나 양쪽 회랑에서 벌어지는 낭인들의 습격 장면을 일부 좌석에서는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에이콤 측은 “1200석이지만 궁이 아담한 규모여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또 140분의 원작을 중간 휴식 시간 없이 100분으로 줄였다.
야외 무대여서 비가 올 경우 환불을 하거나 공연을 별도로 지정된 날짜에 다시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티켓 가격은 ‘고궁 뮤지컬’의 활성화를 위해 내렸다. 실내 무대의 ‘명성황후’ 입장료가 4만∼12만 원인 데 비해 이번 고궁 공연은 3만∼5만 원이다. 이태원 이상은 윤영석 김성기 등 원작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02-3290-7144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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