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극평론가협회(IATC)는 회원국의 70% 이상이 유럽 국가입니다. 지금까지 협회장은 모두 유럽의 평론가가 맡아왔죠. 이번에 압도적인 지지로 제가 협회장에 선출된 것은 요즘 아시아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주목받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시아 연극을 세계무대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김윤철(59·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19일 불가리아에서 끝난 국제연극평론가협회 총회에서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럽 외 국가의 평론가가 IATC 협회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다. 임기는 2년. 52년 된 IATC는 정식 회원국이 40개국이며, 개인 자격으로 가입한 평론가를 합하면 60개국의 3000명이 가입해 있다. 김 교수는 총회에서 만장일치 추대 형식으로 회장에 뽑혔다.
그는 “IATC는 두 명의 부회장을 두는데 10년간 부회장을 맡으며 성실하게 활동한 점을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서울에서 국제연극평론가협회 창립 50주년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며 아시아 비평가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연극 발전을 모색하는 모임인 ‘아시아 연대’도 이끌고 있다.
김 교수는 “협회의 역점 사업이 젊은 평론가 양성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내부 활동에만 치우친 것 같다”며 “임기 중 계간지 성격의 웹 저널을 만들어 연극 및 공연 정보를 공유하고 협회원인 평론가뿐만 아니라 학계의 석학들이 참여해 연극 및 주요 이슈에 대한 비평적 토론을 활성화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연극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비평 전통도 깊어 신문마다 비평란이 활성화돼 있다”며 “영국에는 더 타임스의 베네딕트 나이팅게일이나 가디언의 마이클 빌링턴 등 리뷰만 전문으로 쓰는 수석 평론가가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연극 페스티벌을 수시로 둘러보면서 세계 연극의 흐름에 정통한 평론가로 꼽히는 그는 “시대가 변하면 표현 방식도 달라지는데 평론가들이 예전에 연극을 보던 기준이나 관습을 고수하고 새로운 변화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없는 비평 용어로 작품과 대중의 거리를 멀어지게 한 것은 평론가들의 잘못입니다. 연극의 양식은 변하는데 비평의 양식은 그대로 남아 있다 보니 비평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죠. 앞으로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비평의 역할을 찾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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