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붐은 2000년대 한국 가요계를 정리하면서 반드시 다뤄야 할 시류 중 하나다.
2004년 이수영의 ‘Classic’을 시작으로 봇물처럼 쏟아진 수십 장의 리메이크 음반은 가창력을 인정받는 웬만한 가수들은 한 번씩 도전한 인기 아이템이 됐다. 발라드는 물론 R&B, 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메이크 음반이 제작됐다.
이전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의 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리메이크 음반의 범람도 순수 창작 음반의 위축을 가져오는 위해 요소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메이크 음반은 대체로 판매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둬 한동안 그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많은 리메이크 음반 중 가장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원조인 이수영의 ‘Classic’이다. ‘Classic’은 판매량에서도 38만 장이 판매돼 2004년 서태지 7집에 이어 연간 판매량 2위에 올랐다.
이 음반은 베스트셀러인데다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 등 화려한 마케팅 등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음악적 평가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하지만 리메이크 앨범으로 한정해 가치를 평하면 이 음반을 넘을 것은 쉽게 찾기 힘들다.
리메이크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원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원곡을 잊게 만들 만큼 잘 성취됐을 때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만나기 힘들만큼 쉽지 않다.
어설프게 새로운 해석에 나섰다가 ‘원곡과 따로 논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그렇다고 원곡을 철저히 고수하면 ‘원곡을 듣지 왜 리메이크 곡을 듣냐’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된다. 대부분의 2000년대 리메이크 음반이 두 가지 방향에서 헤매고 있는 반면 이수영의 ‘Classic’은 나름의 균형을 잘 잡고 있다.
이수영은 원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거창한 시도는 아예 접어둔 듯 싶다. 대신 신선한 분위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작은 변화에 승부를 걸었다. 주 멜로디는 거의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 외의 음악적 요소들을 살짝살짝 첨가한 편곡은 귀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리메이크된 곡들이 올드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편곡된 ‘광화문연가’(이문세)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배인숙)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꿈에’(조덕배) 등 수록곡들은 편안한 이수영의 보이스 컬러와 어우러져 들을 만한 리메이크 음악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때로는 영리한 기획이 과한 뮤지션 의식보다 좋은 결과를 나을 수도 있음을 이수영의 ‘Classic’은 보여주고 있다.
최영균 스포츠지 대중문화 전문 기자 youngkc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