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수선…수선의 그윽함 머금은 ‘두번째 잔’

  • 입력 2008년 4월 24일 08시 43분


‘오중지왕(오룡차 중의 왕)’이라 일컫는 이 차는‘봉황수선(鳳凰水仙)’이라 한다. 봉황수선은 독특한 꽃향기(花香)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순수한 천연의 향기다.

맨 처음 이 차를 마셨을 때의 느낌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998년 7월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의 차박물관(茶博物館)에서 차를 공부하고 있을 때다. 하루는 점심 식사를 한 후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앉아 졸음을 달래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돌아보았다.

커다란 덩치에 눈은 부리부리하고, 목소리는 또 왜 그리 크던지. 꼭 산적두목같이 생긴 아저씨가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차를 마시러 가자고 권한다. 따라가 보니 교실 가장자리에 조그맣게 자리를 마련해 놓고 여러 명이 동그랗게 앉아 있다.

백색의 작은 쌍층다반(찻상)에 개완(손잡이는 없고 뚜껑만 있는 차 우리는그릇)과 작은 찻잔이 여러 개 놓여 있다. 그는 자리에 앉더니 뚜껑을 열고 개완이 가득하도록 차를 넣고 펄펄 끓는 물(100도)을 붓는다.

차에 물이 닿는 순간 차 향기는 코끝에 강하게 와 닿는다. “와! 향기 한번 정말 좋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 깜짝 할 사이 그는 우린 찻물을 다시 작은 찻잔에 따른다. 마실 기대감에 부푼다.

그런데 그가 잔 속의 찻물을 버리는게 아닌가. 그 때 처음으로 알았다. 오룡차는 첫 번째 우린 물을 버린다는 것을. 그렇다. 다른 차들은 차를 씻지 않는데 반해 오룡차와 보이차는 한번 차를 씻어낸 후 마신다.

차의 위생 문제도 있고, 다른 차들에 비해 비교적 단단하게 말려져 있어 차가 금세 우러나기 어려워서다. 그래서 이 차를 우릴 때는 반드시 세다(첫 번째 차를 물로 헹굼)한다. 이를 중국인들은 미인세진(美人洗塵)이라 한다.

깨끗한 하얀 찻잔에 붉은 빛이 감도는 황색의 찻물이 아주 맑고 투명하다. 입안에 넣자 맑고 순수한 향기가 부드럽고 그윽하게 전해진다. 이런 느낌을 ‘황홀하다’라고 하는 것인가. 무슨 차냐고 물으니 중국 광동성 봉황진(鳳凰鎭)의 봉황산(鳳凰山)에서 생산되는 봉환수선이라 한다.

봉황은 자고로 길조로 여겨져 왔으며 옛날에는 서조(상서로운 새)라고도 하였다. 수선(사진)은 중국 명화(名花)의 일종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이른 봄의 꽃샘추위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그윽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고 하여 고결한 신선에 비유하는 꽃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 차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차인가보다.

김 영 숙 중국다예연구중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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