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가다 갑천, 보문산, 테미공원에서 갑자기 내려 걷고 싶어질 수 있으니까.
장바구니를 준비해도 좋다.
113번 버스는 값싸고 싱싱한 농수산물이 가득한 도마시장과 한민시장, 변동시장을 지난다.
이 코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청춘 예찬의 거리’ 궁동이다.
젊은이들처럼 커피숍을 찾아 차를 마시거나 꼬치를 사들고 거리를 걸어보면 어떨까.》
궁동 거리서 청춘을 예찬
꽃게 골목서 행복한 만찬
113번 코스는 충남대 농대∼유성구청∼한국과학기술원(KAIST)∼대덕대교∼만년사거리∼향촌아파트∼갤러리아타임월드∼시청∼탄방동소방파출소∼삼천동∼용문사거리∼가장사거리∼도마사거리∼문화육교∼충남대병원∼테미고개∼청란여고∼보문오거리∼부사사거리.
▽청춘이 점령한 궁동=유성구 궁동은 반경 7km 안에 충남대와 KAIST 목원대 한밭대 대덕대 침례신학대 등 6개 대학이 몰려 있어 늘 젊은이들로 출렁댄다.
충남대와 KAIST 학생들은 학교 담장 쪽문으로 궁동을 찾는다. 학생들이 ‘해방구’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궁동은 1988년 이후 자취 하숙 분식집이 밀집한 대학촌으로 자리 잡았고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상가가 몰려들었다. 1994년 유성구가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유흥가’처럼 변했다.
‘압구궁동’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값이 싼 퓨전 술집과 PC방 노래방 카페가 많다. 상가에는 ‘차 두 잔 마시면 조각 케이크 증정’ 등 고객 유치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갑천 건너고 시장 거쳐 보문산=유성구청에서 출발하면 한동안 갑천변을 지난다. 주변의 엑스포과학공원과 우성이산은 시민공원이다.
113번 종점 부근인 보문오거리 인근에는 백제의 테미(둥근 테 모양으로 축성한 산성)식 토성 흔적이 남아 있다.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로 백제와 신라의 각축장이었던 대전에는 20여 개의 산성이 있다.
도마시장은 서구청과 상인회가 80억 원을 들여 최근 현대화 작업을 마쳤다. 쇼핑이 편해졌고 대형 주차장이 설치됐다. 220개 점포에서 생필품, 의류, 가정용품, 농산물 등을 판다.
▽파이, 꽃게, 보리밥…=유성구청 인근의 올리브가든(042-861-7001)은 대전에서는 보기 드믄 파이 전문점. 15년 경력의 주인 구현순 씨가 호두, 애플, 치즈, 블루베리 등 6종류의 파이를 직접 구워낸다.
이 가운데 미니 피칸(호두의 일종) 파이(개당 700원)는 단연 이 집의 자랑. 피칸과 물엿, 계란의 조합이 절묘한 맛을 낸다. 유명 영어 강사 출신인 구 씨는 주부나 예비 신부, 유학을 앞둔 KAIST 학생들에게 요리 강습도 한다.
1980년대 후반 형성된 서구 탄방주공아파트 정류장 주변 ‘꽃게타운’에서는 삼일산꽃게 전문점(042-471-3131)과 서산꽃게타운(042-482-4458), 원조할머니꽃게탕(042-472-2132), 동원꽃게탕(042-472-0083), 원조인천꽃게탕(488-3636) 등이 맛을 겨루고 있다.
꽃게 맛은 산란을 앞둔 5, 6월 가장 좋다. 특히 충남 서해산은 맛이 담백하고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게타운 식당들은 보령과 안면도에서 가져온 꽃게로 찜과 탕, 간장게장,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주황색 알이 꽉 들어찬 암게는 ‘밥도둑’.
삼겹살 맛이 좋은 향촌아파트 인근 삼씨네겹살이(042-486-7866)와 19년간 보리밥을 만들어온 보문산 주변의 고향회관(042-252-2510)도 가볼 만하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됩니다. 다음엔 어린이날을 맞아 대전동물원 노선인 701번(좌석), 750, 813, 888번 노선 이야기가 실립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소개할 만한 멋집 맛집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십시오. 확인 후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공동기획: 대전시·대전버스운송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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