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 학계와 문화계의 화두는 ‘68년 5월(May 68)’이다. 한때 서구를 뒤흔든 68혁명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진원지인 프랑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기념학술대회와 영화제 등이 열리고 관련 서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때 “프랑스의 발전을 위해선 ‘68혁명’을 청산해야 한다”고 한 발언도 ‘68혁명 40주년’ 바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5월 열리는 칸 영화제에선 68혁명으로 영화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칸에서 상영되지 못했던 1968년 21회 출품작들을 일부 상영할 계획이다. 》
미국 뉴욕에선 당시 혁명을 지지했던 장뤼크 고다르 감독 작품을 중심으로 ‘필름 포럼’을 6월 5일까지 열고 영국 런던에선 다음 달 10일 68혁명을 재조명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프랑스에서도 68혁명에 관한 책은 100여 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시사 월간지 ‘프로스펙트’ 5월호는 세계적 지성들의 68혁명 경험담과 혁명에 대한 평가를 실었다.
‘제3의 길’을 쓴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씨는 “68년 이전까지 마리화나와 히피는 접하지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며 68혁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당시 대학교수라는 직업과 가족을 버리고 히피의 삶을 살았던 한 친척이 몇 달 만에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왔다며 “1968년의 급진주의는 나타난 속도만큼 급작스럽게 사그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히피들의 실험은 실패에 그쳤고 마약은 ‘정신의 자유로 이르는 길’이 아니라 ‘중독의 대상’이 됐다”며 “68혁명에 동참한 이들은 반(反)관료주의를 표방했지만 복잡한 사회에 관료들의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68주의자들을 존중하긴 하지만 그들이 한 일이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창조적 질문을 던진 것에 불과하다”며 68혁명의 유산 가운데 살아남은 것으로 페미니즘을 꼽았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 씨는 “68년이 남긴 것은 ‘보수적이고 계급적인 사회주의에 작별을 고한 것’이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자본주의는 1960년대의 반자본주의 시위를 겪으면서 평등주의, 계급주의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68혁명이 오히려 자본주의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 인디펜던트,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기고하는 칼럼니스트 조핸 핸리 씨는 “68혁명이 남긴 유산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성(性)의 자유’, 특히 동성애자들의 자유가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68혁명이 남긴 최악의 유산으로는 “마오주의(Maoism)가 보여준 것과 같은, 독재자들에 대한 우상화”라고 꼽았다.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 씨는 “68년 당시 차를 불태우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감이 없어 보였다”면서 “내 의견에 동의할지 모르지만 1968년 5월에 일어난 일은 ‘도덕과 정신의 재앙’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학에 미친 영향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띄었다. 앤마리 슬로터 미국 프린스턴대 우드로 윌슨 대학원 학장은 “1960년대를 겪으며 미국의 엘리트 대학들은 전체 사회에 대해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그 결과로 지난 40년간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그룹의 학생들을 뽑고 공부를 지원해 주는 쪽으로 체계를 갖춰 왔다”고 말했다.
독일의 주간지 ‘디 차이트’의 발행인 요제프 요페 씨는 “68년의 진짜 혁명은 조용히 진행됐는데 바로 ‘마약의 확산’이다”고 전제한 뒤 “이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보다 세계를 더욱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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