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추격자’의 냉혹한 살인마 뻔뻔한 호스트바 마담으로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영화 ‘비스티보이즈’에서 허풍이 센 호스트바의 마담 ‘재현’ 역을 맡은 하정우. 김미옥 기자
영화 ‘비스티보이즈’에서 허풍이 센 호스트바의 마담 ‘재현’ 역을 맡은 하정우. 김미옥 기자
영화 ‘비스티보이즈’로 연기 변신 하정우

‘냉혹한 살인마에서 뻔뻔한 허풍쟁이로.’

500만 명을 돌파한 스릴러 영화 ‘추격자’에서 잔인한 살인마 역을 맡아 주목받은 하정우(30)가 사기꾼으로 돌아왔다. 강남 ‘호스트’(술집 남자접대원)의 어두운 세계를 다룬 영화 ‘비스티보이즈’(30일 개봉·18세 이상)에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청담동 호스트바의 마담 ‘재현’ 역을 맡았다. 호스트바의 ‘에이스’(제일 잘나가는 호스트)인 ‘승우’ 역의 윤계상과 공동 주연이다.

그가 맡은 재현은 허풍이 세고 약삭빠르지만 어설픈 사기 행각으로 하루하루를 모면하는 캐릭터. 5000만 원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동거녀를 이용하면서 다른 여자를 그녀의 집에 데려오기도 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데도 주변에 여자가 끊이지 않는 남자다.

그는 호스트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호스트 200여 명의 인터뷰 자료를 읽고 실제 호스트 마담도 만났다고 했다. 그는 “만나 보니 (그들은) 진짜 프로”라며 “‘여자=돈’이라는 공식이 확실하고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다양한 매뉴얼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배운 매뉴얼도 있을까.

“첫째 남자로서 자존심을 지켜야 해요. 가령 돈 많은 여자를 만나더라도 절대 얻어먹으면 안 되죠. 둘째로는 ‘쉬운 남자’라는 콘셉트가 중요해요. 여자들이 쉽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게끔 털털하고 어느 정도 쉽게 보여야 합니다.”

밝고 떠들썩한 성격으로 촬영장에서 활기찬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실제 성격이 꽤 내성적”이라고 말했다.

“가족하고 있을 땐 거의 말이 없어요. 사회생활하면서 괜히 오해를 많이 사서 스스로 고치고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티보이즈의 윤종빈 감독과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에 이어 두 번째 다시 만났다. ‘두번째 사랑’을 촬영하는 동안 비스티보이즈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그는 “‘같이 하자’는 윤 감독 말에 대본도 안 읽고 승낙했다”며 “윤 감독과는 평소 박찬호의 경기도 같이 보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 중에는 윤 감독과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 ‘대사가 안 붙는다’ ‘바꿔야 될 것 같다’였을 만큼 서로의 작업에 대해 치열하게 의심하고 검증하는 관계”라며 웃었다.

배우로서의 성공에 대한 아버지(탤런트 김용건)의 반응을 묻자 “‘축하한다’고 한마디 들은 게 전부일 만큼 원래 별 말씀이 없으신 분”이라며 “연기에 대한 지적이나 지도도 안 하신다”고 말했다.

다음에 하고 싶은 배역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돌아왔다. “휴먼드라마의 산골 농부요.”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문화부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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