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408>以膠投漆中, 誰能別離此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膠(교)는 동물가죽이나 뿔을 고아 만든 접착제인 아교이다. 달라 붙다의 뜻도 있다. 漆(칠)은 옻나무 또는 옻칠, 즉 검은색 塗料(도료)로 쓰는 진액이다. 역시 단단히 붙어 굳는 성질을 가졌다. 옻칠하다의 뜻과 검다는 뜻도 있다. 漆匠(칠장)은 칠 기술자이고 漆黑(칠흑)은 아주 검거나 어두움을 뜻한다. 膠漆(교칠)은 단단한 결합 또는 사귐이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음을 비유한다.

投(투)는 손으로 창을 잡아 던지는 것을 나타낸 글자로, 오른쪽의 수(수)는 일종의 창이다. 投擲(투척)처럼 던지다의 뜻이다. 또 뛰어들다의 뜻과 버리다의 뜻도 있으니, 投身(투신)은 어떤 일에 관계하다의 뜻과 목숨을 버리다의 뜻이 있다. 또 여기서처럼 합하다 또는 맞추다의 뜻도 있으니, 投合(투합)은 서로 합치되다의 뜻이고, 投機(투기)는 생각과 뜻이 맞다 또는 기회에 맞춰 이익을 노리다의 뜻이다.

誰(수)는 의문대명사로 ‘누구’ 또는 ‘무엇’에 해당한다. 能(능)은 가능을 표시한다. 別(별)의 본뜻은 分解(분해)하다이며, 그로부터 구별하다 또는 이별하다의 뜻이 나왔다. 離(리)는 離別(이별)이나 分離(분리)처럼 헤어지다 또는 나누거나 나뉘다의 뜻, 乖離(괴리)처럼 어긋나다의 뜻, 그리고 離間(이간)하다의 뜻이 있다. 여기의 別離(별리)는 따로 떼어놓다의 뜻이다. 此(차)는 가까운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로 ‘이것’에 해당한다.

단단한 접착력의 아교와 옻칠의 결합을 누가 떼어낼 수 있겠는가. 그처럼 함께하며 떨어지지 않겠다는 다짐이 간절하다.

사랑하는 이들의 소망은 동서고금에 차이가 없다. 오래 헤어져 있는 낭군과의 결합을 갈망하는 여인이 지은 漢(한)의 ‘古詩十九首(고시십구수)’ 중의 ‘客從遠方來(객종원방래)’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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