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막해 5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조선 서화 보묵(寶墨)’에는 조선시대를 총망라하는 다양한 글씨와 그림 90여 점이 선보인다.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많다. 봉래 양사언(1517∼1584)의 ‘학성기우인(鶴城寄友人·학성에서 벗에게 보냄·사진)’이 대표적이다. 양사언은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서예가로 꼽힌다. 양사언은 ‘봉래시집’에 실린 이 작품에서 광초(狂草·미친 듯 써 내려간 초서)의 면모를 드러내 보인다.
양사언의 자유분방한 글씨를 퇴계 이황(1501∼1570)의 단정한 행서 작품 ‘유거(幽居·그윽한 거처)’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유거’ 역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
정조가 재상의 안부를 물으며 쓴 어찰 ‘근후안승(近候晏勝·요즘 안녕하신지요)’도 처음 공개된다. 이 어찰은 정조 낙관이 찍혀 있는 희귀 작품이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10폭 병풍 ‘노안도(蘆雁圖)’도 처음 선보인다. 하늘을 날거나 걸어 다니는 기러기 수십 마리는 모두 생김새와 행동이 다르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오원의 완숙한 필치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씨 ‘각고(刻苦)’는 지난해 12월 서예박물관 전시에서 공개돼 주목받은 작품. 크기가 164×82cm에 이르는 이 작품은 힘이 넘치는 송시열의 정신을 한눈에 읽어낼 수 있는 명품이다.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안평대군의 작품뿐 아니라 17세기 조선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김명국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기려도’ ‘선인도’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출품작들은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 김명성 회장의 소장품. 이번 전시는 김 회장의 장서각인 ‘아라재(亞羅齋)’에서 이름을 따 ‘아라재 컬렉션’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02-580-1284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