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듯 흘려쓴 양사언의 초서… ‘조선서화 보묵전’

  • 입력 2008년 4월 30일 03시 00분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봉래 양사언, 퇴계 이황, 우암 송시열, 오원 장승업….

29일 개막해 5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 ‘조선 서화 보묵(寶墨)’에는 조선시대를 총망라하는 다양한 글씨와 그림 90여 점이 선보인다.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많다. 봉래 양사언(1517∼1584)의 ‘학성기우인(鶴城寄友人·학성에서 벗에게 보냄·사진)’이 대표적이다. 양사언은 안평대군, 김구, 한호와 함께 조선 전기 4대 서예가로 꼽힌다. 양사언은 ‘봉래시집’에 실린 이 작품에서 광초(狂草·미친 듯 써 내려간 초서)의 면모를 드러내 보인다.

양사언의 자유분방한 글씨를 퇴계 이황(1501∼1570)의 단정한 행서 작품 ‘유거(幽居·그윽한 거처)’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유거’ 역시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

정조가 재상의 안부를 물으며 쓴 어찰 ‘근후안승(近候晏勝·요즘 안녕하신지요)’도 처음 공개된다. 이 어찰은 정조 낙관이 찍혀 있는 희귀 작품이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10폭 병풍 ‘노안도(蘆雁圖)’도 처음 선보인다. 하늘을 날거나 걸어 다니는 기러기 수십 마리는 모두 생김새와 행동이 다르다. 이동국 서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오원의 완숙한 필치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우암 송시열(1607∼1689)의 글씨 ‘각고(刻苦)’는 지난해 12월 서예박물관 전시에서 공개돼 주목받은 작품. 크기가 164×82cm에 이르는 이 작품은 힘이 넘치는 송시열의 정신을 한눈에 읽어낼 수 있는 명품이다.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안평대군의 작품뿐 아니라 17세기 조선 화단에서 명성을 얻은 김명국의 그림으로 전해지는 ‘기려도’ ‘선인도’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출품작들은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 김명성 회장의 소장품. 이번 전시는 김 회장의 장서각인 ‘아라재(亞羅齋)’에서 이름을 따 ‘아라재 컬렉션’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02-580-1284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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