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지난달 2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높이 18m의 ‘화합과 상생의 등’을 밝힌 데 이어 종로 북촌 등 도심 일대와 사찰 주변에 5만여 개 연등을 내걸었다.
3일 오후 7시 종로구 조계사 앞길과 인사동 일대에서 연등놀이가 열리고 4일 오후 7시엔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흥인지문(동대문), 종로, 종각을 거쳐 조계사 앞까지 연등 행렬이 이어진다. 이 행렬엔 불교계 종단을 망라해 5만여 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사천왕(四天王)등, 코끼리등, 용(龍)등, 비천상(飛天像)등 같은 대형 장엄등(莊嚴燈)을 비롯해 손에 들고 다니는 자그마한 개인등 5만여 개를 선보인다. 연등 행렬이 있는 동안엔 10만여 개 연등이 서울의 봄밤을 수놓게 된다.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는 12일까지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뿐 아니라 강원 오대산 월정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예산 수덕사, 경남 양산 통도사 등 주요 사찰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연등 축제가 마련된다.
연등 축제의 기원은 2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석가모니 부처가 영취산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깊은 밤, 모든 불이 꺼졌는데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성불(成佛)을 기원하며 정성껏 등을 밝히고 있었다. 이를 본 부처는 “이 여인은 등불 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등을 공양하는 풍습이 생겼다.
한국에서 연등 행사는 불국토(佛國土)를 꿈꾸었던 통일신라 시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왕들은 황룡사로 행차하는 도중 연등을 바라보는 간등(看燈)의 시간을 갖곤 했다.
연등 행사가 모든 이의 축제로 정착된 것은 고려 때 연등회(燃燈會)가 열리면서. 불교 국가인 고려는 음력 정월 대보름이나 2월 보름에 국왕과 온 백성이 풍년을 기원하며 연등을 밝히고 잔치와 가무를 즐겼다.
연등을 만들고 연등을 걸어 놓거나 연등을 들고 행렬에 참가하는 일. 이것은 성불과 구도를 향한 갈망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전통 문화의 계승인 셈이다.
연등 축제 및 관련 행사 문의 02-2011-1744, www. LLF.or.kr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