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1>善琴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善(선)은 뛰어나거나 훌륭하다는 뜻이다. 琴(금)은 거문고 종류에 속하는 7현의 악기이다. 여기서는 그 연주를 의미한다. 고대에는 琴棋書畵(금기서화)라고 하여 거문고와 바둑과 글씨 및 그림을 문인의 대표적인 고상한 취미로 여겼다. 또 琴棋詩酒(금기시주)로 문인의 풍류생활을 비유했다. 心琴(심금)은 거문고처럼 외부 자극에 미묘하게 움직이는 마음을 가리킨다. 琴瑟(금슬)은 부부의 화합을 비유하는데, 瑟(슬)은 25현의 큰 거문고이다.

혁(혁)은 바둑으로 奕(혁)으로도 쓰며 圍棋(위기)라고도 한다. 視(시)는 보거나 살피다의 뜻과 함께 여기서처럼 본받거나 의존하다의 뜻도 있다. 視效(시효)는 흉내 내거나 본받다의 뜻이다. 視而不見(시이불견)은 마음이 다른 데에 있어 보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음을 의미하니, 부정하거나 과분한 名利(명리)에는 그러함이 좋으리라.

譜(보)는 계통에 따라 순서 있게 배열한 기록이다. 여기서는 거문고의 樂譜(악보)와 棋譜(기보)를 가리키며, 정해진 공식이나 방식 또는 前例(전례)를 의미한다.

일처리에는 통용되는 방식이나 전례가 유용하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리면 다양하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종종 한계에 부닥친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는 재능과 경험을 살려 현실에 맞춰 훌륭하게 변통한다. 바둑에서 정석을 익히고 나면 그것을 잊으라는 말도 있다. 그림에 근거하여 준마를 찾는다는 뜻의 按圖索駿(안도색준)도 일정한 방식이나 전례에 구애됨을 꼬집는 말이다.

고수는 악보와 기보에 구애되지 않고, 도감에만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렇듯이 사업이든 인재선발이든 일정한 공식과 전례에만 매달리면 결코 고수가 아니다. 어린이 교육은 또 어떠할까. 淸(청) 魏源(위원)의 ‘默고(묵고)’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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