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 리더 없는 수평 네트워크
세계 연주자들로 무한 조합 가능
“20세기는 경쟁의 시대였다. 최고가 되려면 다른 사람을 꺾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는 글로벌 개방의 시대로 어떤 기업이나 국가도 독점할 수 없다. 대신 실내악처럼 수평적인 협력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다.”(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일 개막한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은 3년 만에 국내에서 대중적인 실내악 축제로 자리 잡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인 강동석 씨가 예술감독으로 세계 유명 연주자들을 한데 모아 벌이는 축제다. 이 축제의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신 교수가 21세기 문화코드로서 ‘앙상블의 실내악’이 각광받는 이유를 경영학적으로 분석했다.
▽변화무쌍한 무한대의 ‘콤비네이션’=실내악 축제의 매력은 뛰어난 역량을 가진 솔리스트들이 음악회마다 모였다가 흩어지며 무한대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을 하는 미래의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다른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고 흩어지는 식이 될 것이다. 실제로 ‘리눅스’가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을 ‘일렉트로닉’과 ‘프리랜스’가 합쳐진 ‘e-랜스 이코노미’로 부른다. 즉흥적 이합집산으로 구성된 실내악단은 어떤 솔리스트도 홀로 달성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음악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다.
▽‘우정’과 ‘섬김’의 수평적 리더십=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에서는 ‘나를 따르라’ 식의 권위적 리더십이 통할 수 없다. 실내악은 협력의 장이다. 21세기형 수평적 네트워크에서는 ‘조정자(coordinator)’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리더가 중요하다. 예술감독에겐 지휘자와 같은 절대적 권위가 아니라 우정과 하모니, 섬김 등의 가치가 중요하다. 강 씨가 자신보다 더 유명한 솔리스트 핀커스 주커만과 같은 인물을 이 축제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이유다.
▽새로운 후원 방식-프렌즈=21세기에는 음악 과학 기업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이질적인 것이 경계를 넘어 만날 때 창조와 혁신이 생겨난다.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에는 음악인뿐 아니라 정계, 학계, 관계, 기업계, 시민 등 다양한 사람이 자발적인 민간인 후원조직 네트워크로 참여한다. 명칭은 ‘후원회’가 아니라 ‘프렌즈’다. 실내악 정신은 누가 앞에 서고, 누구는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함께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네트워크인 셈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