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가꿔 울창해진 ‘고전의 숲’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동서고금 인문학 명저 소개 ‘한길그레이트북스’ 100권째

‘원본 삼국사기부터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해나 아렌트까지 12년의 성과.’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인문학 명저를 소개하는 한길사의 ‘한길그레이트북스(사진)’가 6일 100권째 책 ‘일상적인 것의 변용’(아서 단토)을 펴냈다. 1996년 1권 ‘관념의 모험’(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부터 12년간에 걸친 프로젝트. 준비기간까지 치면 15년이 넘는 대작업이다.

한길그레이트북스의 가치는 단순히 세월에 있지 않다. ‘삼국유사’ ‘남명집’ ‘성호사설’ 등 한국 고전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유럽 등 세계의 고전을 총망라했다. 원본의 한자를 그대로 살려 묶은 영인본 ‘삼국사기’ 등 웬만한 출판사들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노작들이 이어졌다.

조선의 문신 최부(1454∼1504)의 ‘표해록’도 이 시리즈에 대한 출판사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 최부는 제주에서 표류 끝에 중국 남부에 닿은 뒤 베이징까지 여행하면서 본 것을 표해록에 기록했다. 표해록은 보기 드문 조선의 중국 여행기로 “중국에 대한 이웃나라의 가장 친절한 묘사”라 평가받는다. 이 책은 이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번역해 소개했다. 서상미 한길사 편집부 차장은 “삼국사기나 표해록, 경세유표 등 시대를 떠나 연구가치는 물론 소장가치도 높은 한국학 책을 많이 냈다”고 말했다.

해외 저작물 번역본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 많다. 1996년 출간한 ‘인간의 조건’은 국내에 공식적으로 출간된 철학사상가 해나 아렌트의 첫 저작물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는 철학서로서는 드물게 14쇄까지 이어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한길그레이트북스는 모두 50만 권이 넘게 팔렸다. ‘좋은 책은 적게 팔린다’는 출판계 징크스도 이 시리즈 앞에서는 기우였던 셈이다.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민족사학자 박은식 선생의 ‘왕양명실기’, 독일 평론가 발터 베냐민의 ‘독일 비애극의 원천’, 독일 역사가 프리드리히 마이네케의 ‘국가권력의 이념사’ 등도 조만간 발간될 예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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