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생산자 돕자” 이 땅에도 ‘착한 소비’ 훈풍

  • 입력 2008년 5월 7일 02시 54분


10일 ‘공정무역의 날’ 행사

네팔 커피 등 10개 품목 국내 소비자와 직거래

유기농제품 20~30% 저렴… 의류-수공예품도 판매

“우리의 목표는 이곳 아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대도시로 나가지 말고 이 지역에서 부모의 가난을 물려받지 않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조금씩 힘을 보태는 것입니다.”

‘아름다운가게’의 신충섭(36) 무역팀장은 최근 한 잡지에 기고한 네팔 방문기 ‘2000m 아래 사람들’에서 ‘공정무역(Fair Trade)’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아름다운가게에서 네팔 농부들과 커피를 직거래해 한국에 들여오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신 팀장은 “얼마 전 일본의 한 대형 커피회사가 네팔에서 커피 1kg을 1달러도 안 되는 값에 사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반면 아름다운가게는 네팔에서 커피 1kg을 3.5달러에 산다. 여기에 농부 임금, 유기농 인증비, 물류비 등을 매출액의 일부를 떼어 지원한다. 현지 농가들이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지원을 해준다는 설명이다.

직거래 방식으로 한국에 들어온 네팔 커피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가게 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된다.

신 팀장은 “이 커피에는 네팔 농민들의 노동의 가치가 담겨 있다”라며 “커피를 제값 주고 구입함으로써 네팔 어린이들에게 부모의 가난을 물려받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 3년 전 국내에서 공정무역운동 시작

공정무역운동은 기업이 최저 임금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가 무시되기 쉬운 국제무역 구조를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1950년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를 함으로써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되므로 생산자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살 수 있고, 생산자의 노동의 가치도 보호한다는 도덕적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공정무역 규모는 약 2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경 본격적으로 공정무역운동이 시작됐다.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 ‘착한 설탕’ 등 이른바 ‘착한 소비’로 알려져 있다.

역사가 짧은 탓에 아직 거래 규모는 크지 못하다. 아름다운가게의 경우 지난해 8200kg의 네팔산 커피를 들여왔다. 액수로 치면 3억20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공정무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거래 품목은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산하 에코생활협동조합 최재숙 상무는 “처음 거래 품목은 커피, 설탕 등 2, 3 종류였는데 지금은 올리브유, 의류, 수공예품, 축구공까지 10여 개 품목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단체는 아름다운가게, 에코생협, 두레생협, 한국YMCA, iCOOP생협연합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이다. 두레생협은 설탕과 올리브유, iCOOP는 초콜릿과 커피, 페어트레이드 코리아는 면제품, 의류, 수공예품 등을 직거래로 국내에 들여온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공정무역 제품은 FLO(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 인증 마크가 찍힌 것도 있고, 찍히지 않은 것도 있다. FLO 인증을 받으면 일단 제품의 질을 보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지 생산자들이 비싼 인증비 때문에 인증 절차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증이 없는 제품도 상당수 수입되고 있다.

이윤은 생산지의 공동체를 위해 쓴다. 두레 생협은 설탕 봉지당 200원의 지원금을 모아 기금을 만든 후 사탕수수 운반 트럭 등을 사는 ‘필리핀 네그로스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 시중 유기농 제품보다 가격 저렴

공정무역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20% 정도 비싸다. 그러나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유기농 제품에 비하면 20∼30% 싼 편이다. 수공예품은 3만∼4만 원, 의류는 7만∼8만 원대가 가장 많다.

유기농 커피를 즐겨 먹는 강인숙(30·경기 부천시 부정동) 씨는 “공정무역 제품을 사면 가격도 일반 유기농 제품에 비해 쌀 뿐만 아니라 제3 세계 생산자를 돕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커피를 좋아하는 남편 덕에 한 달에 200g짜리 커피 4∼6봉지를 공정무역 관련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다. 예전에는 집 근처 커피 집에서 원두를 볶아 먹었지만 기왕 커피를 사먹을 것이라면 ‘소비에 가치도 담아보자’는 생각에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했다.

강 씨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유기농 커피는 100g당 1만∼1만5000원 선에 판매되지만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커피는 유기농이면서 100g에 1만 원 선이어서 오히려 더 싸다”고 설명했다.

정금수(52·충남 천안시) 씨는 iCOOP생협에서 저농약 친환경 제품을 사먹다 2년 전 공정무역 제품을 처음 접했다. 지금은 필리핀 마스코바도에서 들여온 설탕과 동티모르의 커피, 콜롬비아의 카카오 제품 등을 주로 구입한다.

그는 “지난해 말 동티모르 여행 때 그곳 주민들의 빈곤한 현실을 보며 ‘우리 농촌을 돕는 것처럼 제3국 농촌도 도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달 10일은 IFAT가 매년 5월 둘째 주 실시하는 ‘세계 공정무역의 날(World Fair Trade Day)’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이날 행사는 세계 70여 개국에서 300여 개 단체 주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두레생협 등 5개 단체가 주최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덕수궁 돌담길에서 열린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생협’ 온라인 쇼핑몰 이용땐 3만원 내야 ‘공정무역’ 가능▼

“공정무역에 동참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착한 소비’ 운동에 동참하려면 우선 공정무역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곳을 찾아야 한다.

에코생협, 두레생협, 아름다운가게 등의 오프라인 상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쉽다.

에코생협, 두레생협, 생협연대 등 생협단체를 이용하려면 출자금 3만 원을 내야 한다. 3만 원은 가입비로 나중에 탈퇴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생협의 온라인 매장은 가입비를 낸 회원만이 이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가게,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등이 운영하는 쇼핑몰은 가입비를 내지 않고 바로 주문할 수 있다. 이용 방법은 일반 쇼핑몰과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는 2004년 두레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유기농 설탕을 들여와 팔면서 공정무역이 처음 소개됐다. 이 설탕 1봉지에 200원의 생산자 지원기금이 포함돼 있다. 두레생협은 2006년부터 팔레스타인 유기농 올리브유를 팔고 있다.

2005년 한국YMCA가 동티모르 커피를 팔기 시작했고, 아름다운가게는 네팔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2006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공정무역 단체들이 생산지에서 제품을 대량 구매한 후 국내 다른 쇼핑몰에 판매하는 2차적 공정무역 방식도 드물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공정무역 제품을 살 수 있는 곳
단체웹사이트 주소이용 방법
에코생협ecocoop.or.kr생협 가입 후 쇼핑몰 이용할 수 있음
두레생협dure.coop
여성민우회 생협minwoocoop.or.kr
생협연대icoop.or.kr
공정무역 전문 쇼핑몰ecofairtrade.co.kr일반 쇼핑몰
아름다운가게beautifulcoffee.com
친환경상품 에코숍ecosho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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