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극판 ‘흥행보증수표’ 아저씨들 돌아오다

  • 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0분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서 경륜 있는 노배우 역을 맡은 이순재 씨(위). 아래 왼쪽 사진은 ‘선우씨, 어디 가세요’에서 안락사를 요구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김갑수 씨. 아래 오른쪽 사진은 ‘주인공’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노인들로 출연한 김인태 오현경 씨(왼쪽부터).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극단 배우세상·극단 미연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서 경륜 있는 노배우 역을 맡은 이순재 씨(위). 아래 왼쪽 사진은 ‘선우씨, 어디 가세요’에서 안락사를 요구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김갑수 씨. 아래 오른쪽 사진은 ‘주인공’에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노인들로 출연한 김인태 오현경 씨(왼쪽부터). 사진 제공 동숭아트센터·극단 배우세상·극단 미연
“TV에서 못느끼는 무대의 열기 맛보고 싶다”

이순재-오현경 등 중년 배우들 대학로 컴백

“잘 알려져 흥행에 도움”… 스타마케팅도 한몫

이달 들어 서울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중장년 남자 배우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공연계를 장악한 이들은 중년 여배우들이었다. 2월 연극 ‘벽 속의 요정’의 김성녀 씨를 시작으로 3월 연극 ‘민자씨의 전성시대’의 양희경 씨, ‘블라인드 터치’의 윤소정 씨, 뮤지컬 ‘러브’의 이주실 씨, ‘굿바이 걸’의 하희라 씨에 이어 4월 연극 ‘클로저’의 홍은희 씨 등이 각각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5월에는 중장년 남자 배우들이 무대로 돌아온다. 가장 주목받는 배우는 이순재 씨. TV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랑이 가장과 철부지 노인을 함께 연기해 인기를 모은 그는 ‘라이프 인 더 씨어터’(30일∼8월 10일·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 출연한다. 노연극배우와 젊은 배우가 같은 분장실을 쓰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작품이다. 상대역 젊은 배우로는 홍경인 씨가 출연한다.

서울연극제 출품작 ‘주인공’(13∼16일·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 출연하는 오현경 김인태 씨도 반가운 얼굴들. 오 씨는 식도암에 이어 위암 수술 때문에 4년 만에 연극무대에 선다. 김 씨는 극단 ‘산울림’ 초창기 멤버로 동아연극상을 두 차례 수상한 연극배우지만 최근 10년 동안 TV 드라마에만 출연해왔다.

TV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신중한 신료 황희 역으로 열연 중인 김갑수 씨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배우세상’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선우씨, 어디 가세요’(9일∼6월 8일·대학로 작은세상 소극장)에 출연한다. 전신마비로 27년간 안락사를 요청한 스페인 라몬 삼페드로의 실화를 한국 환경에 맞게 각색한 작품. 이와 함께 연극 ‘침향’(6월 11∼29일·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는 박인환 씨가 출연한다.

중견 배우들이 속속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연극배우의 자존심과 무대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연극무대에서 배우 인생을 시작한 사람이다.

“TV 드라마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다. 무대에서 직접 느끼는 관객의 갈채와 환호는 배우로서 최고의 희열이다.”(김갑수 씨)

“배우라면 기본적으로 대학로에 대한 향수가 있다.”(이순재 씨)

이들은 중견 배우로서 연극계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이 예전만큼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연극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무대에 돌아왔다.”(이순재 씨)

“연극이 안 된다고 가라앉은 분위기인데 좋은 연극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박인환 씨)

“우리는 나이가 들었지만 대사나 연기의 기본기가 충실하다. 젊은 배우들에게서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다.”(김인태 씨)

이들의 복귀 배경에는 기획사의 스타 마케팅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의 인지도 자체가 흥행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대학로의 연극 시리즈 ‘연극열전’의 경우 한채영 추상미 최화정 씨 등 인기 배우들의 출연에 힘입어 유료 좌석 점유율 80%를 기록하고 있다. ‘침향’을 기획한 신씨뮤지컬컴퍼니의 최승희 실장은 “이들 중장년 연기자는 인지도에 검증된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관객들의 호기심과 기대 심리가 높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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