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뒤집어라, 연극도 비주얼이다”

  • 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0분


아이슬란드의 연출가 기슬리 외른 가르다르손의 대표작 ‘변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아이슬란드의 연출가 기슬리 외른 가르다르손의 대표작 ‘변신’.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아이슬란드 가르다르손 ‘변신’ ‘보이체크’ 국내 첫선

파격적인 고전 해석과 대담한 무대 연출로 유럽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젊은 연출가 기슬리 외른 가르다르손(35). 그가 두 편의 연극과 함께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그가 연출하는 연극 ‘변신’(카프카 원작)이 16∼18일 LG아트센터(02-2005-0114)에서, ‘보이체크’(뷔히너 원작)가 24, 25일 경기 의정부국제극음악제(02-828-5895)에서 무대에 오른다. 그는 ‘변신’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가르다르손은 최근 노년기의 로맨스를 다룬 라이선스 뮤지컬 ‘러브’의 원작자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러브’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린다.

가르다르손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무대 연출. 보이체크에서는 무대 앞에 거대한 수조를 설치하는가 하면 변신에서는 무대인 2층집에서 1층은 그대로 둔 채 주인공 잠자가 사는 2층 방의 각도를 90도 회전시켜 보여준다. 그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언어 외에 시각적으로 스토리를 말해주는 방법으로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신의 무대 뒤집기는 자신을 정상이라고 믿는 잠자와 그를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의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보이체크에서 무대 앞에 수조를 설치한 것은 고립된 작은 마을의 공간 배경을 더욱 집약적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한다.

가르다르손 연극의 또 다른 매력은 자신이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한다는 점이다. 그의 출연은 독특하다. 변신에서 주인공 잠자 역을 맡은 그는 찢어진 회색 양복을 입고 손발로 벽을 타거나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벌레가 된 잠자를 표현한다. 아이슬란드 체조 국가대표 출신답게 유연하고 풍부한 움직임으로 잠자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뒤틀려 가는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우아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했다고 평가 받는다.

대담하면서도 이색적인 가르다르손의 연극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그는 “한국 관객들이 저의 공연을 보면서 지루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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