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평화적 해결 - FTA비준이 동맹강화 시금석”

  • 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2분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관계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1세션에 참석한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 조지프 디트라니 미국 국가정보국 북한실장,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부원장(왼쪽부터).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한미관계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제1세션에 참석한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 조지프 디트라니 미국 국가정보국 북한실장, 김병기 고려대 국제대학원 부원장(왼쪽부터).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21세기 한미 동맹의 창출-걸림돌과 기회의 파악

21세기 동맹전략 <제1세션>

에드 로이스(공화) 의원 주제발표

최근 북-미 싱가포르 협상을 보면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었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국무부 협상팀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나 핵 확산 문제는 플루토늄 문제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UEP나 핵 확산은 협상의 뒷전에 밀릴 만큼 한가한 문제가 아니다. 정보당국도 최근 비공개 의회 보고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핵 확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관련 의지를 꺾는 방법은 자금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제재 의지를 보일 때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자칫하면 북한이 플루토늄 협상으로 경제 지원을 받는 동시에 UEP와 핵 확산으로도 재미를 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북핵 중대한 국면… 6개월내 위기 올수도

자국 문제로 동맹관계를 정치화 말아야”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북한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놓고 참석자들은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싱가포르 딜’ 때문에 오히려 불능화와 궁극적인 핵 폐기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6개월 이내에 한반도에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핵 확산이 북한의 체제유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어서 일과성에 그칠 사안이 아니며, 북한이 끊임없이 북핵 6자회담을 (북-미 간) 군축회담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하는 점을 들었다.

미 국무부 대북협상특사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 북한실장은 “북핵 협상은 매우 중대한 국면에 와 있다”며 “궁극적인 핵 폐기로 가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우라늄농축을 포함한 모든 불법적 행동,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핵 활동 등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디트라니 실장은 그린 교수의 ‘6개월 내 위기설’에 대해 “오히려 (앞으로 6개월은) 북핵 폐기를 위한 새로운 결의안을 내려고 노력하는 타결 국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 전략동맹’을 표방한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패트릭 크로닌 국방대 국가전략연구소장은 “새로운 한미관계는 양자 간의 상호존중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자국에서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정치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 강화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재단 중국연구소장은 “한미 양국은 동맹의 강화를 통해 지역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확대 발전이나 북핵 폐기 이후 6자회담 등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학준 동아일보사 회장은 이날 개막사를 통해 “한미동맹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미국의 정치지도자, 안보 관련 관리들은 북한의 핵개발에 관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며 “뒷날 과장 왜곡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비준 전략 <제2세션>

게리 애커먼(민주) 의원 주제발표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을 내린 한국 정부의 노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 비준의 유일한 장애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동차나 철강 분야에서 미국 내 반발이 있지만 한미 FTA 협상 자체나 내용에 대한 불만이 비준 지연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미 FTA는 임기 말의 대통령과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 간의 정치적 힘겨룸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의원 개개인의 FTA에 대한 선호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반대 의사를 밝힌 민주당 하원의장과 뜻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의 선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FTA 연내 비준이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거리집회나 국민감정의 발현이 비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높다.

■美의회 로비스트-한인사회 적극 활용을

쇠고기 재협상은 국제 신뢰도 떨어뜨려”

참석자들은 쇠고기 협상 타결로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을 막는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지만 연내 비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국사무소장인 이준규 박사는 미 의회 비준의 4가지 변수로 △쇠고기 문제 해결 △미 행정부와 의회의 무역조정지원제도(TAA) 협상 △미-콜롬비아 FTA △미 대선과 경제 상황 등을 꼽으며 “이 중 세 가지는 한국의 손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략 기획회사인 ‘KORUS PAC’의 집행이사인 브루스 리 변호사는 현 상황을 농구 경기에 비유했다.

“현재 4쿼터에서 15점쯤 지고 있는 상황이다. 센터는 한국 정부인데 기존 선수(노무현 정부)가 부진해 새 선수로 교체됐다. 파워 포워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인데 레임덕에 빠져 있다. 스몰 포워드는 미국의 비즈니스 업계인데 그들은 쇠고기 문제 해결만 기다려 왔다. 그런데 2명의 중요한 선수가 더 있다. 바로 미 의회와 여론 지도층을 상대로 뛸 로비스트와 200만 재미 한인사회다.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연내 비준은 물론 2009년 비준을 위해서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정책컨설팅 회사인 포데스타 그룹의 월터 프라이어 변호사는 “쇠고기 문제 타결은 매우 희망적인 신호이지만 FTA 비준을 위해선 로비스트들과 비즈니스 업계가 활력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미국 내 정치 사정 때문에 FTA 비준 전망이 어둡다면 쇠고기 문제를 협상카드로 더 갖고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준규 박사는 “이 문제는 더 빨리 해결됐어야 했다. 미룰수록 FTA 비준의 창은 점점 더 닫혀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리 변호사는 “만약 노무현 정부가 쇠고기 문제 해결 약속을 2007년에 지켰다면 미 의회의 분위기는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을 둘러싼 최근 한국 사회의 논란도 쟁점이 됐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미국의 반응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에 미 무역대표부(USTR) 차석대표보로 한미 FTA 협상 준비작업을 지휘했던 에이미 잭슨 C&M인터내셔널(국제교역 전문 컨설팅회사) 디렉터는 “신뢰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잭슨 디렉터는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내에서 자동차 협상 결과를 놓고 불만이 있어도 미 행정부가 재협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北인권 압박해야 핵문제 해결 도움”

레프코위츠 인권특사

‘왜 미국이 북한 내부의 일에 신경 써야 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에선 인권 논의가 안보 이슈, 특히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도덕적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인권 논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흩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돕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을 인도주의적으로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은 오로지 인도적인 목적에 사용돼야 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닿아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창출해야 한다.

중국에 10만 명 이상의 탈북자가 숨어 있다고들 얘기한다. 중국 정부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탈북자들에게 접근하는 걸 허용해야 하며 미국도 탈북자를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더 많은 북한 주민이 바깥세계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4개 비정부 조직이 대북방송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과 일본에서 직접 전파를 송출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북한인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들의 자국 내 송출시설 접근과 재정을 지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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