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장례위원장으로 조서를 읽던 소설가 박완서 씨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여러 차례 끊어졌다. 박 씨가 울먹일 때마다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5일 타계한 박경리 선생의 영결식이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들과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고인 육성 및 영상 상영, 조사 등의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 씨는 조사에서 “선생님이 계셨던 단구동 집은 제 친정집이었고 선생님은 제 친정 어머니였다. 제일 힘들 때 손수 지으신 밥과 배추 속거리로 끓인 국을 먹이셨던 선생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지…”라며 “필생의 업적 ‘토지’로 근현대사의 모든 국면과 모든 인간 군상을 생생히 담아낸 큰 강을 만드셨다” 고 말했다.
유 장관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문학과 삶을 사랑한 온 국민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생명·땅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은 작품을 통해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후손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배 시인은 “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 산 지으소서”라는 제목의 조시에서 “한 자루의 붓으로 개간하신 그 땅은 오늘뿐 아니라 먼 후대에까지 넉넉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곡식과 과일을 생산해갈 것”이라고 애도했다.
유족들은 이날 원주시 토지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 고인의 모교인 경남 진주여고에서 노제를 지내고 9일 경남 통영시에서 추모식과 안장식을 치른다. 장지는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 기슭.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