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 산 지으소서”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8일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에서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씨의 노제가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걷고 있다. 원주=홍진환  기자
8일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토지문화관에서 5일 타계한 소설가 박경리 씨의 노제가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걷고 있다. 원주=홍진환 기자
“선생님, 정말 가셨습니까. 병상에서 의식이 없으실 때도 저는 그 따뜻한 손을 잡고 차갑게 시린 마음을 녹였었는데 이제 다시는 그 손을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8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장례위원장으로 조서를 읽던 소설가 박완서 씨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여러 차례 끊어졌다. 박 씨가 울먹일 때마다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5일 타계한 박경리 선생의 영결식이 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 등 유족들과 최일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고인 육성 및 영상 상영, 조사 등의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 영상 취재 : 전영한 기자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참석자들은 숙연해졌고 “가장 순수한 사랑은 불쌍한 것, 배고파 허덕이는 것에 대한 연민”이란 고인의 육성과 ‘영원히 토지로 돌아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자막이 나올 때는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박 씨는 조사에서 “선생님이 계셨던 단구동 집은 제 친정집이었고 선생님은 제 친정 어머니였다. 제일 힘들 때 손수 지으신 밥과 배추 속거리로 끓인 국을 먹이셨던 선생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지…”라며 “필생의 업적 ‘토지’로 근현대사의 모든 국면과 모든 인간 군상을 생생히 담아낸 큰 강을 만드셨다” 고 말했다.

유 장관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문학과 삶을 사랑한 온 국민이 고인의 영정 앞에서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며 “생명·땅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은 작품을 통해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며 후손에게 소중한 유산으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배 시인은 “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 산 지으소서”라는 제목의 조시에서 “한 자루의 붓으로 개간하신 그 땅은 오늘뿐 아니라 먼 후대에까지 넉넉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곡식과 과일을 생산해갈 것”이라고 애도했다.

유족들은 이날 원주시 토지문학공원과 토지문화관, 고인의 모교인 경남 진주여고에서 노제를 지내고 9일 경남 통영시에서 추모식과 안장식을 치른다. 장지는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 기슭.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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