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16>一粒粟中藏世界, 半升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1분


粒(립)은 쌀알이나 곡식 알갱이 또는 그런 모양의 것을 두루 가리킨다. 粟(속)은 좁게는 조를 가리키고, 조금 넓게는 껍질 있는 곡식을, 더 넓게는 곡식을 뜻한다.

藏(장)은 간수하거나 貯藏(저장)하다의 뜻이다. 숨거나 숨기다의 뜻과 창고의 뜻도 있다. 또 大藏經(대장경)처럼 불교경전을 가리킨다. 줄곧 독립을 요구해온 藏族(장족)은 주로 西藏(서장)인 티베트와 그 주변에 거주하며 라마교를 믿고 농업과 목축업을 한다. 착하다는 뜻의 臧(장), 범죄행위로 얻은 물건인 贓物(장물)의 贓(장), 창자를 뜻하는 臟(장)과도 통한다.

고대 인도인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는 대략 다음과 같이 나뉜다. 하나의 태양과 달이 있는 태양계 격인 세계가 있고, 그것이 천 개 모인 은하계 격인 小千世界(소천세계), 그것이 천 개 모인 中千世界(중천세계), 다시 그것이 천 개 모인 우주 전체인 大千世界(대천세계)가 있다.

半(반)은 八(팔)과 牛(우)를 합해 소의 분해를 나타냈다. 절반이라는 뜻 외에 夜半(야반)에서처럼 중간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升(승)은 부피를 재는 되 또는 그 용량을 가리키며, 昇(승)과 같이 오르다의 뜻도 있다. (당,쟁)(당)은 이동식 작은 솥이나 냄비이다. 煮(자)는 음식을 익히거나 끓이다의 뜻이다.

작은 곡식 한 알과 그릇 하나에도 세상천지의 모든 이치가 담겨 있다고 한다. 다만 지극한 慧眼(혜안)이 있어야만 여러 각도에서 그 오묘한 이치를 탐구할 수 있다. 꽃가지 하나와 흙 한 줌에서 세상 이치를 깨닫는 것은 깊은 사색에서 얻어진 통찰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宋(송) 雷庵正受(뇌암정수)가 편찬한 禪宗(선종)의 일화집 ‘嘉泰普燈錄(가태보등록)’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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