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여친만 위할수야
《알렉스(29)는 그런 남자다. 함께 운동하다 발목을 삐끗한 여자 친구의 발을 정성스레 씻겨준다. 그것도 페퍼민트 족욕 소금과 보디크림을 챙겨서. ‘이벤트 가이’인 그는 요리 실력을 발휘해 아침 밥상을 준비하고 무르익은 분위기를 틈타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준다. 거기에 이 모든 순간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담아내는 센스까지 갖췄다.
안타까운 것은 이별의 상황에서도 그의 매너가 어김없이 발휘된다는 점. 그는 “난 그대 작은 창가에 화분이 될게요”라며 넌지시 이별을 암시하는 화분을 안긴다. 친절한 만큼 잔인했던 이별. 여자들은 “바람둥이”라며 경계하고 남자들은 그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 오후 5시 20분)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에 비친 알렉스의 모습이다.
이 코너로 알렉스는 ‘알렉스 효과’라는 신조어까지 낳으며 ‘훈남’으로 자리 잡았다. 알렉스가 부른 김동률의 ‘아이처럼’은 방영 이후 음원 판매량이 10배 상승했고 신애에게 읽어준 동화책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도 평소보다 3배 넘게 팔렸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 ‘하찌와 TJ’와 ‘러브홀릭’의 노래도 화제가 될 정도. 5월 말 진행을 맡는 라디오 DJ와 새 솔로앨범 준비로 바쁜 그를 7일 만났다.
○ “어제 감자탕에 막걸리 먹었더니…”
현실의 알렉스는 달랐다. 약속시간에 늦을세라 헐레벌떡 뛰어오는 알렉스는 일단, 생각보다 작았다. 게다가 앉자마자 툭 뱉어내는 한마디. “어제 비가 와서 감자탕에 막걸리를 마셨더니….” 그래서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방송으로 포장된 알렉스의 허상을 깨고 실체를 파헤치는 데 할애됐다.
―‘클래지콰이’ 멤버라는 이유 때문에 알렉스는 선술집보다 클럽이나 와인바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원만한 가정에서 태어나 곱게 자란 아이려니 해요. 그렇지 않아요. 우스갯소리로 구두 닦는 거 빼놓고 안 해본 게 없어요. 와인도 한국 와서 처음 마셔봤어요. 클럽에도 공연이 아니면 가지 않고요.(그는 중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간 후 2001년 한국으로 왔다.) ‘클래지콰이’는 세련되고 트렌디하죠. 음악은 그렇지만 저희는 된장찌개에 가까워요. 전 화려한 액세서리가 아닌 소박한 은반지 같은 사람이에요.”
―바람둥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듣죠? 누구에게나 친절해 여자 친구는 싫어했을 것 같아요.
“나이 서른에 14명 정도 사귀어봤어요. 처진 눈에 쌍꺼풀은 한쪽밖에 없고 눈웃음까지 치니 그런 오해를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여자 친구에게만 잘해주고 남에게 못할 수도 없고…. 남들에게 잘해주고 여자 친구에게는 더 잘해주면 되잖아요.”
○ 소심한 A형에 허약체질, 불면증 시달리는 남자
―KBS2 ‘비타민’ 요리코너에 출연하며 요리 실력까지 뽐냈어요.
“캐나다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내 가게를 갖고 싶었어요. 그러다 일식집에 취직했고 2년 넘게 접시 닦고 프라이팬 돌리면서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예요. 자격증이 필요한 고급 요리가 아닌 하루 5번씩 밥 30인분을 만들어야 하는 ‘공격적인’ 요리죠. 집에서는 요리 잘 안 해요. 밥을 먹고 싶으면 햇반에 스팸 썰어 넣어서 볶아 먹어요. 입이 까다로울 것 같다고요? 평양냉면 곱창전골 순댓국을 좋아해요. 캐나다에서 10년 살다가 한국 와서 처음 먹은 게 3500원짜리 기사식당 밥이었어요.”
―초콜릿처럼 6등분 된 식스 팩 복근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는데….
“어릴 적부터 허약체질이었어요. 운동을 시작한 건 캐나다에서 덩치 큰 백인들에게 밀리기 싫어서였어요. 보다시피 덩치가 작잖아요. 가수가 되고 나서 체계적으로 근육운동을 했어요. 불면증에 시달리다 운동이라도 하면 피곤해 쓰러져 자겠지, 그렇게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거죠. 이래 봬도 남한테 관대해도 저한테는 까다로운 소심한 A형이에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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