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완(사진)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13일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개최한 ‘신문방송 겸영 규제 개혁에 관한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지금처럼 방송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상황에서 여론 다양성을 높이려면 신문 방송 겸영의 전면 허용으로 방송에 참여하는 주체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론회 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등 과거 정권이 신문, 특히 특정 신문들이 여론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착각에 빠져 제대로 된 언론 정책을 세울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 방송 시장은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KBS 등 지상파가 전체 방송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독점적 지위에서 대부분의 방송사를 소유하면 언론 자유와 여론 다양성이 저해됩니다. (국가로부터) 독립적 방송사가 최소 3, 4개가 활동하도록 미디어 정책을 펴야 합니다.”
그는 여론 다양성 논의의 초점을 방송에 맞춰야 하는 근거로 방송 매체의 특수성을 들었다.
“방송은 시청자가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TV나 라디오를 켜는 순간 정보를 쏟아냅니다. 자기가 원하는 논조의 신문을 적극적으로 구독해야 하는 것과 달리, 방송은 쉽게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의견의 다양성이 훨씬 요구되는 매체입니다.”
문 교수는 여론 다양성을 논의할 때 문제의 초점을 방송에 맞추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NBC나 ABC 등 거대 방송사의 신문 교차 소유를 막거나 독일이 방송의 독점 여부를 기준으로 신문 소유를 제한하는 것도 이 같은 취지다.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신문을 기준으로 방송 참여를 막아왔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비롯해 상당수 국가가 방송 신문 교차 소유에 제한을 두지만 우리나라처럼 아예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송사나 일부 시민단체가 교차 소유의 금지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끝까지 누리겠다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이 독립성을 내세우며 적절한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고, 공영을 내세우면서도 상업방송의 혜택은 다 누리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법으로 보장된 독점 체제를 유지할 경우 즐거운 건 방송사와 그 종사자밖에 없습니다.”
그는 특히 저널리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도 신문 방송 겸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한국 신문 시장이 독과점이라고 하지만, 이런 현상은 신문 시장이 발달한 노르웨이 일본 오스트리아 호주 영국에서도 일반적입니다. 신문의 위기 상황에서 신문만으로 활동 영역을 제한한다면 저널리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는 먼저 방송법을 개정해 신문 방송 겸영을 전면 개방해야 하지만 당장은 여론 독점 우려를 감안해 제한을 두는 방식을 내놨다. 그는 “신문 방송 겸영을 위한 방송법 개정은 KBS2나 MBC의 문제와 연계하지 말고 빨리 추진해야 한다”며 “2012년 디지털화로 방송 채널이 늘어나기 전까진 신문사의 방송 지분 소유 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론 독과점의 객관적 분석을 위해 다양성 지표 등을 개발하고 일정 기간마다 이를 점검하는 방식의 도입을 제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