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를 넘어 한국화 열다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9분


그림엔 천부적 재능을 가졌으나 학문엔 별무관심. 술에 빠져 평생을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843∼1897). 영화 ‘취화선’에서 조명했던 그 화가다. 스러져가는 조선 말기, 화단을 풍미했던 오원과 그 영향을 받은 안중식 조석진 지운영 강필주의 그림까지 1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18일∼6월 1일 봄 정기전으로 마련한 ‘오원 장승업 화파전’.

불우하게 태어나 10대 시절 남의 집에서 심부름꾼 노릇을 했던 오원. 그곳은 마침 추사의 제자인 이상적의 사위가 사는 집. 어깨너머로 서화를 익힌 어린 머슴은 마당에 그림을 끼적거렸다. 눈 밝은 주인은 재능을 단박에 알아보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렇게 들어선 화가의 길은 도화서 화원으로 이어진다.

그의 화풍은 ‘왜곡과 과장을 통한 해학적 미의 발현’으로 요약된다. 오원은 어떤 주제와 소재를 다루더라도 연습 없이 곧바로 비단과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엉성한 구석도 있으나 생동감이 넘친다. 당시 서화의 수요층으로 새롭게 부상한 상공인들과 부농에게 사랑받았던 이유다.

문화재청 김현권 감정위원은 “고고한 문인화의 이상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 회화사에 해학적 미감과 화려하고 장식적 모습의 회화를 선보였다”고 평한다.

‘현대 한국 동양화의 시조’로도 평가받는 오원. 홍익대 동양화과를 창설한 청전 이상범과 서울대 동양화과를 설립한 심산 노수현이 오원이 가르친 안중식의 제자였다.

전시에선 조선풍 신선의 모습을 그린 ‘춘남극노인(春南極老人·사진)’과 세트로는 처음 공개되는 ‘심산임계(深山臨溪)’ 등을 볼 수 있다. 무료. 02-762-044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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