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역사적 진실에 궁금증”
“이야기의 묘미로 원전 빛내야”
▼ 문학적 가치 중요하다 해도 학자는 실재한 역사에 초점▼
“한국의 유명 소설가 이문열 씨가 삼국지와 초한지를 출간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는 어떤 시각으로 중국의 고전을 봤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둘은 중국을 넘어 동양의 고전이기 때문입니다.”
‘삼국지 강의’ ‘초한지 강의’ ‘제국의 슬픔’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중톈 중국 샤먼대 교수가 14일 한국을 찾았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8번째 국내 번역본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에버리치홀딩스) 발간에 맞춰 2008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했다.
“삼국지나 초한지를 얘기할 때 많은 이들이 문학과 역사적 사실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학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은 ‘뭐가 진짜인가’를 항상 궁금해 합니다. 학자로서 역사적 진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저의 삼국지, 초한지 강의는 실재한 역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의 역사서 열풍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이는 한때의 바람이 아니라 항상 있어왔던 관심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 중국인들은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 언제나 알고 싶어 한다. 이를 이 교수는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세상사 이치를 얻으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중국은 대장금 등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는 이웃나라 사람들이 삶을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라고 봅니다.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조상들이 삶을 대처한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중국 국영방송 CCTV 프로그램 ‘백가강단(百家講壇)’에서 2005년 초한지 강의, 2006년 삼국지 강의 등으로 ‘고전을 대중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이 교수는 “조만간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을 주제로 다시 ‘백가강단’에 설 것”이라면서 “한국과 중국 모두 더욱 고전 역사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획기적 창조성은 없다 해도 역사소설 한 본보기 됐으면▼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이 홀가분합니다. ‘초한지’를 쓰게 된 건 ‘책 장례식’의 상처를 잊기 위한 도피였지만 점차 역사성과 서사화의 조화에 있어 내 나이에 맞는 숙련도와 문학성을 드러낼 기회가 되겠다 싶었죠.”
미국에 체류 중인 작가 이문열 씨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올해 2월 초한지 첫 출간으로 한국에 온 후 3개월 만이다. 그의 이번 방문은 여러모로 뜻 깊다. 그는 15일 열리는 국제출판협회(IPA) 서울 총회에서 폐막식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의 소설 초한지(민음사)도 이달 완간을 앞두고 있다. 초한지는 2002년부터 4년간 동아일보에 연재한 소설로 총 10권 분량으로 출간된다. 그는 18일 환갑을 맞는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그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올 7, 8월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 올 계획이다”며 “다수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강박 때문에 한 제국 탄생까지 쓰지 못하고 항우가 죽는 데서 연재를 끝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계속 초한지 마무리를 했으니 ‘공장 이전 효과’밖에 없는 건 아닌지 속상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초한지에 대한 그의 관심은 삼국지 번역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삼국지연의의 많은 부분이 ‘사기’의 ‘초한’ 부분에 원형을 두고 있다. 서서나 조자룡 등이 모두 초한지에 비슷한 원형이 있는 인물들”이라며 “국내에 알려진 초한지의 대부분이 토대로 삼고 있는 명대의 ‘서한연의’가 빛나는 이야기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이를 번역하는 대신 사기를 원전으로 해서 이야기를 창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일 중국 작가 이중톈 교수와 동양고전에 대한 강연을 함께할 예정이다. 그는 이 교수에 대해 “처음 만나지만 중국에서 삼국지, 초한지 등 고전 강의로 대중으로부터 폭넓은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라 잘 알고 있다”며 “나는 ‘삼국지연의의 상상력의 원천’이라는 주제로 초한지, 나관중의 삼국지, 송대의 주자철학 등에 대해 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