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컴퍼니’ 출연 4명이 ‘골드미스터’로 사는법
13일 밤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앞의 한 횟집에서 이들을 만나 ‘컴퍼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노래)를 소재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들 골드미스터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은 어떠할까, 뮤지컬 ‘컴퍼니’ 속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 후회하고 감사해요(sorry and grateful)
고영빈: 결혼은 적령기가 있어. 30대 초반에 서울시뮤지컬단에 있을 때 부모님에게 인사까지 한 여자가 있었는데 내가 변덕을 부렸어. 갑자기 결혼이 두려워졌거든. 그 친구는 독일로 시집갔고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서 가끔 연락하고 만나.
민영기: 일부 스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뮤지컬 배우는 경제력이 없으니까 여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지. 나도 그랬어. 가끔 후회도 하고.
김태한: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하고 싶은 작품 못하잖아. 돈 벌어야 하니까 어린이 뮤지컬도 해야 할 거고. 솔로라서 지금은 돈 생각 안 하고 원하는 작품 하니까 이건 좋지.
○ 너에게 소개할 여자가 있다고(Have I got a girl for you)
김: 이 작품에 나오는 사라처럼 재미있는 여자가 좋지. 눈만 쳐다봐도 즐거운 여자가 좋아. 뮤지컬 여배우? 에이, 걱정 많고 우울하고, 절대 사절!
민: 나는 조앤. 남편을 위하지 않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엄청 생각해주잖아. 그런 여자가 매력적이야. 직업을 고를 수 있다면 스튜어디스. 배우들은 다양한 문화를 익혀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스튜어디스라면 해외여행을 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고: 나는 영양사. 몸 관리 챙겨줄 수 있으니까. 배우는 몸 관리가 중요해. 성격은 이 작품에 나오는 제니 같은 여자. 은근히 순종적이고 사이가 나빠지겠다 싶으면 분위기를 잘 관리해주잖아.
○ 딱한 녀석(poor boy)
김: 얼마 전에 모임이 있었는데 예쁜 여자가 내가 나오는 뮤지컬을 봤다는 거야. 신이 나서 당시 출연 중인 ‘위대한 캐츠비’ 이야기를 하며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다고 암시를 줬더니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 “그럼 다음 달 말에 저희도 해주실래요?”
고: 소개받는 자리가 종종 있지. 그런데 대부분 배우인 고영빈이 좋아보여서 찾는 경우야. 호감도가 높은 상태니까 무리 없이 진전되는데,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비치는 모습과 달라지면 실망하더라고.
○ 넌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어(you could drive a person crazy)
민: ‘컴퍼니’는 손드하임 작품치고는 말랑말랑 하지 않아?(손드하임은 뮤지컬 배우에게 우상이나 다름없다)
김: 엽기 잔혹극이었던 ‘스위니토드’하고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 그 생각하고 오면 실망할걸. 특유의 불협화음 같은 것도 없고. 손드하임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가.
고: 손드하임 작품은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고 싶잖아. 두말없이 오케이 하긴 했지만 역시 쉬운 화음은 아니야. 우리는 좋은데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이야.
공연은 8월 1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만5000∼5만 원. 02-708-5001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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