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여배우? 에이, 절대사절!

  • 입력 2008년 5월 15일 02시 59분


《미국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컴퍼니’가 27일 막을 올린다. 뉴욕의 골드미스터(경제력은 있으나 결혼에 관심 없는 30대 싱글 남성) 로버트가 주변의 다섯 커플을 보며 연애와 결혼에 대해 겪는 심리 변화를 다룬 작품. 이 뮤지컬은 캐스팅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출연 배우 역시 국내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골드미스터들이기 때문. 주인공 로버트 역의 고영빈을 비롯해 민영기 김태한 홍경수 씨 등 주연급 배우들이 모두 출연한다.》

뮤지컬 ‘컴퍼니’ 출연 4명이 ‘골드미스터’로 사는법

13일 밤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앞의 한 횟집에서 이들을 만나 ‘컴퍼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노래)를 소재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들 골드미스터의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은 어떠할까, 뮤지컬 ‘컴퍼니’ 속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 후회하고 감사해요(sorry and grateful)

고영빈: 결혼은 적령기가 있어. 30대 초반에 서울시뮤지컬단에 있을 때 부모님에게 인사까지 한 여자가 있었는데 내가 변덕을 부렸어. 갑자기 결혼이 두려워졌거든. 그 친구는 독일로 시집갔고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서 가끔 연락하고 만나.

민영기: 일부 스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뮤지컬 배우는 경제력이 없으니까 여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지. 나도 그랬어. 가끔 후회도 하고.

김태한: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면 하고 싶은 작품 못하잖아. 돈 벌어야 하니까 어린이 뮤지컬도 해야 할 거고. 솔로라서 지금은 돈 생각 안 하고 원하는 작품 하니까 이건 좋지.

○ 너에게 소개할 여자가 있다고(Have I got a girl for you)

김: 이 작품에 나오는 사라처럼 재미있는 여자가 좋지. 눈만 쳐다봐도 즐거운 여자가 좋아. 뮤지컬 여배우? 에이, 걱정 많고 우울하고, 절대 사절!

민: 나는 조앤. 남편을 위하지 않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엄청 생각해주잖아. 그런 여자가 매력적이야. 직업을 고를 수 있다면 스튜어디스. 배우들은 다양한 문화를 익혀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스튜어디스라면 해외여행을 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고: 나는 영양사. 몸 관리 챙겨줄 수 있으니까. 배우는 몸 관리가 중요해. 성격은 이 작품에 나오는 제니 같은 여자. 은근히 순종적이고 사이가 나빠지겠다 싶으면 분위기를 잘 관리해주잖아.

○ 딱한 녀석(poor boy)

김: 얼마 전에 모임이 있었는데 예쁜 여자가 내가 나오는 뮤지컬을 봤다는 거야. 신이 나서 당시 출연 중인 ‘위대한 캐츠비’ 이야기를 하며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다고 암시를 줬더니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 “그럼 다음 달 말에 저희도 해주실래요?”

고: 소개받는 자리가 종종 있지. 그런데 대부분 배우인 고영빈이 좋아보여서 찾는 경우야. 호감도가 높은 상태니까 무리 없이 진전되는데,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비치는 모습과 달라지면 실망하더라고.

○ 넌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어(you could drive a person crazy)

민: ‘컴퍼니’는 손드하임 작품치고는 말랑말랑 하지 않아?(손드하임은 뮤지컬 배우에게 우상이나 다름없다)

김: 엽기 잔혹극이었던 ‘스위니토드’하고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 그 생각하고 오면 실망할걸. 특유의 불협화음 같은 것도 없고. 손드하임 작품 중 가장 대중적으로 만든 작품이라 그런가.

고: 손드하임 작품은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 해보고 싶잖아. 두말없이 오케이 하긴 했지만 역시 쉬운 화음은 아니야. 우리는 좋은데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이야.

공연은 8월 17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3만5000∼5만 원. 02-708-5001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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