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라면전문가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는 일에 평생을 매달렸다. 신 회장이 ‘농심 쇠고기라면’을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냈던 것도 우리 국민의 뿌리 깊은 쇠고기 선호 현상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40대가 된 386세대 중에서 어린 시절 쇠고기라면 수프의 추억을 갖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군것질거리가 많지 않던 때 라면수프를 생라면에 뿌려먹으면 좋은 간식거리가 됐다. 쇠고기가 비싸 먹지 못한 서민들은 대신 쇠고기라면으로나마 식욕을 달랬다.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채플힐)에 연수 갔을 때 마트에서 본 미국산 쇠고기는 어린 시절 못 먹던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샘스클럽(Sam's Club) 같은 창고형 대형마트나 집 근처에 있는 소형마트 푸드라이언(Food Lion)에서도 쇠고기는 싼 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에선 비싸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쉽게 넣지 못한 아내는 미국에서 쇼핑할 때 쇠고기를 사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의 3분의 1 가격에다 부위까지 골라가면서 선택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쇠고기 천국’이었다.
아내는 끼니 때마다 쇠고기요리를 식탁에 내놓았다. 얇게 썰어 불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양념에 절여 갈비를 준비하기도 했다. 옆집에 살던 한 공무원 가족은 아이들이 워낙 쇠고기를 좋아해 미국 온 지 두 달 만에 온 가족이 살이 통통 찐 모습도 기억난다. 쇠고기 값이 돼지고기 값과 엇비슷하니 한국 소비자의 선택은 말할 것도 없이 쇠고기였다.
아파트 수영장에선 심심찮게 가든파티가 열렸다. 단골메뉴는 쇠고기바비큐나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였다. 공원에선 가족 단위로 또는 동호회 멤버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자는 이런 모습이 부러웠다. 부담 없이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담고 쇠고기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쇠고기 값이 싸기 때문이다. 아내는 카레라이스에도 쇠고기를 듬뿍 넣었고 아이들에겐 꼬리곰탕을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다른 가족과 외식할 때는 비프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칼질’한 적도 여러 번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논란에 휩싸여 촛불집회까지 열리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최영해 산업부 차장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