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와인이 홀대받던 때가 있었다. 와인의 ‘바디감’을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짙은 레드 와인이 최고로 여겨지던 와인 대중화 초기가 그랬다. 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에서도 스위트 와인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칵테일을 마시던 젊은 여성들이 과일 향이 물씬 나는 화이트 스위트 와인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이나 할인점 와인매장에는 이들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 많다. 스위트 와인은 말초적인 단맛이 아닌 농축된 단맛에서 오는 은근함과 상큼한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 ‘사랑의 밀어보다 더 달콤한 와인’, ‘연인을 위한 와인’, ‘키스의 와인’ 등은 모두 스위트 와인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수식어 때문인지 젊은 층 사이에서는 ‘작업주(酒)’로도 많이 쓰인다.》
스위트 와인의 또 다른 별명은 디저트 와인이다. 초콜릿케이크나 푸딩처럼 달콤한 후식과 함께 즐기기에 좋다. 단맛에 단맛이 더해지면 너무 달 것 같지만 오히려 알맞은 정도의 단맛이 느껴진다.
귀부(貴腐)병으로 쪼그라들어 당도가 최고조에 달한 포도에서 과즙을 추출하는 귀부 와인, 언 포도를 수확한 뒤 농축된 당도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낸 아이스 와인 등이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으로 꼽힌다.
‘스위트 와인=화이트 와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화이트 와인이라고 해서 모두 스위트 와인은 아니다. 레드 와인이면서도 단 맛이 나면 스위트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스위트 와인은 차게 해서 마시기 때문에 여름이 무르익을수록 찾는 사람이 많다. 가족과 야외로 나들이를 가거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파티에서, 연인과 오붓한 시간을 가지면서 즐기기 좋은 스위트 와인을 소개한다.
○ 이탈리아 신의 물방울 ‘모스카토 다스티’
가볍고 달콤하며 향이 풍성해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다. 방울방울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가 기분을 좋게 한다. 차가운 상태에서 마셔야 달콤하고 상큼한 맛과 기포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
이탈리아의 유명 와이너리인 간치아에서 만든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가 유명하다. 1850년 설립된 간치아는 이탈리아 최초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낸 회사로 뛰어난 품질의 식전주(食前酒)와 후식 와인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는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가 2만5000원에 팔린다.
○ 독일의 향기 넘실대는 ‘헤르만 도노프’
‘니더하우스 헤르만쉘레’ 와이너리에서 ‘리즐링’이란 포도 품종을 ‘슈패트레제’ 방식으로 수확한 와인이라는 뜻이다. ‘슈패트레제’는 포도가 농익을 때를 기다렸다가 포도를 수확하는 방식을 뜻한다.
국내에는 4월부터 팔리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서는 가장 유명한 리즐링 와인 가운데 하나다.
2004년 영국 와인 잡지 ‘디캔터(Decanter)’가 ‘죽기 전에 마셔야 할 100대 와인’ 중 하나로 꼽았다.
우아하고 강렬한 과실향이 나고 입안에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열대 과일이나 디저트를 먹을 때 차게 해서 함께 마시면 좋다. 11만 원대에 팔린다.
○ 프랑스의 자연이 준 선물 ‘소테른 와인’
프랑스 보르도 남쪽에 위치한 소테른 지역은 물안개 때문에 습도가 많아 포도를 키우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었다. 높은 습도 때문에 번식하는 보트리티스균에 감염된 포도는 수분이 빠져나가 쭈글쭈글해지면서 말라갔다.
하지만 수분이 없어지면서 당분만 남아 당도는 어떤 품종보다 높았다. 이렇게 우연히 탄생한 와인이 소테른 와인이다. 연인과 함께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초콜릿 한 입과 함께 즐기기 좋다.
밝고 강렬한 황금색에 달콤한 과일 향에 벌꿀 맛이 감돈다. 국내에서는 ‘지네스트 소테른’이 5만 원대에 판매된다.
○ 나들이에 좋은 ‘피터르만 와일드카드 샤도네’
피터르만 와일드카드 샤도네는 가족 나들이 때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다. 신선한 복숭아와 허니 듀 멜론의 복합적인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다.
시트러스 향이 가미된 싱싱한 백도의 향도 상큼하다. 마시고 나면 입안이 깨끗하고 개운하다. 가격은 2만 원대.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스위트 와인 제대로 즐기려면…
아이스크림 곁들여 디저트로 한 잔
10일 막을 내린 제6회 서울국제주류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이탈리아의 유명 와이너리 ‘간치아’의 수출 담당 디렉터 마우로 구아니는 “이탈리아에서는 여름에 딸기를 접시에 담고 와인을 시럽 뿌리듯이 부어서 먹는다”며 “그렇게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단맛이 덜한 과일은 설탕에 절이거나 달콤한 소스를 곁들이면 좋다.
스위트 와인의 달콤한 맛을 잘 느끼려면 물로 입가심을 하거나 건조한 빵을 먹어 혀를 씻어내는 것이 좋다. 스위트 와인의 정량은 한 잔이다.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한 잔 이상 마시면 질리기 쉽다.
디저트로 즐기는 게 가장 좋지만 메인요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스위트 와인과 ‘궁합’이 잘 맞는 메인요리는 닭고기 등 조류 요리다. 닭고기는 누린내가 적게 나고 질기지 않아 스위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 닭 요리에 오렌지 소스나 딸기 소스 등 달콤한 과일소스를 곁들이면 스위트 와인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온도는 7도 내외로 유지할 때 가장 맛이 좋다. 와인 온도를 낮출 때는 냉장실에서 하는 게 원칙이다. 시간이 없어 급하게 온도를 낮출 때는 얼음과 물을 채운 아이스버킷을 이용할 수 있다. 일단 병을 딴 뒤에는 다른 와인처럼 오래 두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게 좋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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