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보와 달리 출판물은 명확한 출처가 있습니다. 다른 부정확한 정보와는 차별되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이죠.”(아나 마리아 카바네야스 국제출판협회·IPA 회장)
15일 제28차 IPA 서울총회의 폐막식을 앞두고 카바네야스 회장과 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이번 총회가 ‘책의 길, 공존의 길’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출판 현안을 성공적으로 다뤘다고 평가하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책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백 회장은 “책보다 인터넷 검색으로 지식을 얻는 이가 많지만 책은 과학기술이나 정보를 전달해 사회 발전의 동력을 만들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등 고유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기 힘든 정보가 넘칠수록 책은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카바네야스 회장은 출판업계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현안으로 저작권 문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공공도서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무료로 전자책이 배포되는 것은 온라인상이라고 해도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책 신문 등 출판 매체들이 포털사이트에 정보를 제공할 때 공개 기간이나 정보 사용료를 어떻게 정할지에 관해 긴밀히 협력하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이 매체의 미래에 대해 두 사람은 모두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카바네야스 회장은 “하드웨어 제공자들은 아마존의 킨들(Kindle)처럼 새로운 모델을 끊임없이 개발해 낸다. 독자들은 새 전자책이 나올 때마다 적응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디지털 기기와 달리 종이 매체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전자책이나 인터넷출판처럼 출판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종이 매체가 가지는 장점은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식에서는 프랑스 작가 장마리 르클레지오 씨와 소설가 이문열 씨가 기조연설을 했다. 르클레지오 씨는 “책과 기록 문화가 인류 역사를 이끌어왔다”며 “문학과 출판 분야가 여러 매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나 그 고유 영역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2008 IPA 서울총회 결의문’을 채택하고 △출판·도서의 가치 인정 △출판의 자유 보장 △저작권 보장 △도서정책 및 문자해독률 장려 운동 추진 등에 합의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