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21편의 영화에 등장한 본드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이언 플레밍이라는 이름은 어떨까. 본드라는 이름만큼 알려졌을까.
플레밍은 본드를 탄생시킨 영국 작가다. 28일은 그가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 영국에선 이를 기념하는 작업과 행사가 한창이다.
사람들이 우선 기대하고 있는 것은 랜덤하우스 계열 더블데이가 28일 영국에서 출간할 예정인 새 ‘007’ 소설이다. 제목은 ‘데블 메이 케어(Devil May Care)’. 영국의 인기 소설가인 서배스천 포크스가 쓴 책이다. 포크스는 최근 출판사가 낸 보도자료를 통해 “플레밍의 문체를 연구했고, 80% 정도는 비슷할 거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작품의 시대 배경이 007 시리즈의 단골 배경인 동서 냉전기라는 것 외에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런던의 ‘임피리얼 전쟁 박물관’에선 대규모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007 영화 시리즈 가운데 ‘카지노 로열’편에서 본드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입었던 피 묻은 셔츠, ‘선더볼’편에 등장했던 작살총, 플레밍이 007 시리즈를 썼던 책상과 의자 등이 전시됐다.
플레밍컬렉션갤러리에서도 별도의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초에는 소설 007 시리즈의 표지를 그려 넣은 기념우표가 발매됐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7∼23일자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에게 ‘옥토퍼시’ ‘카지노 로열’ ‘문레이커’ 등 대표적인 007 소설을 요일마다 한 권씩 선물한다.
이쯤 되면 일간지 가디언이 “그동안 플레밍을 몰랐던 사람도 올해를 지나면서 모두 알게 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처럼 플레밍도 본드만큼이나 사람들에게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론들은 본드에 가려 덜 알려졌던 플레밍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가장 열심이다. 플레밍이 20대 후반 로이터에서 기자로 일했기 때문이다. 그 기간에 플레밍은 작가로서의 문체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밍이 스파이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정보부에 근무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가 맡았던 임무 가운데는 스파이를 파견하는 업무도 있었다. 이때 그가 파견한 스파이 가운데 한 명인 패트릭 댈즐조브라는 군인이 제임스 본드의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이 되려 했으나 시험에 낙방해 뜻을 이루지 못했고, 주식 중개인도 돼봤지만 스스로 ‘최악의 중개인’이라고 했을 정도로 실패했던 플레밍에게 군 복무는 인생을 180도 바꾸는 계기가 된 셈이다.
올해 말에는 007 시리즈의 새 영화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된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플레밍의 전기 영화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밍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플레밍 붐, 본드 붐이 세계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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