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미켈란젤로 코드’는 인체 해부학

  • 입력 2008년 5월 17일 02시 58분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질송 바헤토, 마르셀로 G 지 올리베이라 지음·유영석 옮김/224쪽·1만7000원·문학수첩

‘미켈란젤로 코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의 해부학 연구’라는 부제로 출간된 이 책이 소설 ‘다빈치 코드’의 속편쯤 되리라는 상상은 접는 게 좋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미술에 이제껏 누구도 몰랐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주장은 흥미진진함으로 따지면 그에 못지않다. 브라질 의사 질송 바헤토와 마르셀로 G 지 올리베이라가 진지한 연구 끝에 밝혀낸 이 비밀 코드는 다름 아닌 ‘인체 해부학’.

15년 전, 의과대학 레지던트였던 바헤토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본다. 그의 시선은 여러 작품 중 ‘원죄’ 속에 그려진 화면 중앙의 나무 그루터기에 고정된다. 그는 그 나뭇가지의 형상이 ‘대동맥궁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시작은 거기서부터였다.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의 모습을 그린 ‘예레미야’에선 무릎에 걸쳐진 옷에서 내이(內耳)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리스도의 조상을 그린 ‘살몬, 보아스, 오벳’에선 어깨뼈의 형상을 발견한다. 그는 속속들이 드러나는 이 비밀 코드에 전율을 느끼고 공동 연구자 올리베이라를 만난다.

그들에게 미켈란젤로가 인체해부학자이기도 했다는 것은 중요한 단서다. 실제로 르네상스 시대 많은 화가가 조각을 하기 전 해부학을 공부했으며 인체에 관한 연구가 대유행이었다. 미켈란젤로 역시 해부학자 못지않게 엄청난 수의 인체를 해부했으며 상당한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두 사람은 바티칸 시스티나 천장 벽화에서부터 조각 피에타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시대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이 ‘위장된 해부학 실험의 도상적 결과물(!)’이라는 것을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한다. ‘이브의 탄생’에서 조물주가 몸에 두른 망토의 형태가 사실은 ‘측면에서 본 왼쪽 폐’의 모습이라는 식으로 작품을 바라본 것이다. 이들은 회화, 드로잉, 조각을 가리지 않고 미켈란젤로의 작품 80여 점을 면밀히 분석해 이들 작품에 드러난 고막, 달팽이관, 관절 내 디스크의 형상 등을 찾아낸다.

해부학자가 아니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을 이 ‘비밀 폭로’에 웃음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대작들을 인체 구조물의 사진과 비교해 가며 새롭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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