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주관적이다. 어떤 객관성도 거부하고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답을 구하는 행위다. 그런데 실리와 실용, 객관성을 강조하는 현대에 와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집착한다. 사랑의 코드에 어떤 특징이 있기 때문일까.
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으로 독일 사회학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니클라스 루만의 이론을 소개한다.
‘사회는 항상 더 나은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발전한다. 인쇄술과 전화, 인터넷의 발명으로 소통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이로 인해 얼굴을 맞대는 직접 소통은 오히려 감소했다. 친밀한 소통이 단절된 현대 사회에서 개인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통로에 더욱 매달리게 된다.’
루만의 말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적 끌림을 넘어 개인과 개인을 연결해주는 사회의 소통 코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사랑의 코드가 갖는 특징을 다루면서 연인들이 겪는 소통의 어려움도 짚었다. 사랑은 객관성을 배제한 채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을 유발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 특히 독립적 자아를 가진 현대인들로선 타인의 세계에 끌려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인들의 사랑에는 실용이 크게 개입한다. 현대인에게 직업적 성공은 사랑과 맞먹는 만족감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인과 사랑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현대인은 ‘나-주식회사’의 고용주이자 피고용인이다. 24시간 자신의 개성을 연출해야 하는 배우이자 매니저다. 존재의 결핍을 채워줄 사랑을 갈망하지만 자신의 자아에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라도 관계를 끝낼 수 있는 냉정한 종족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