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던 모습 눈에 선해… 생사라도 알았으면”
5·18민주화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흑백 사진 한 장이 있다. 1980년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원이 20대 청년을 곤봉으로 내리치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당시 전남매일 사진기자였던 나경택(60) 씨가 촬영했다.
“이 사진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려요. 사진 속의 청년을 꼭 만나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생사를 알 수 없으니….”
28년 전 5월 19일 그는 대학생과 공수부대원 사이에 투석전이 벌어지던 금남로로 향했다. 금남로가 한눈에 보이는 전일빌딩에 올라가 있던 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처참한 모습에 견딜 수 없었다.
“손이 떨려 제대로 셔터를 누를 수가 없었어요. 그때 한 청년과 공수부대원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어요.”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쥔 청년의 모습은 나 씨 눈에 공수부대원의 폭력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 씨는 품속에 있던 80∼200mm, 28∼85mm 카메라 두 대로 정신없이 찍어댔다. 어느 순간 청년은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군용 트럭에 실려 어디로 갔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이 사진은 그 다음 날 신문에 실리지 못했다. 나 씨는 당시 보도통제 때문에 싣지 못한 이 사진을 외신기자에게 몰래 건넸다.
외신을 타고 이 사진이 해외에 공개되자 보안사 요원들이 찾아와 문제의 필름을 내놓으라고 나 씨를 협박했다. 미리 100여 통의 필름을 감춰 놓은 나 씨는 “나한테서 그 필름이 나오면 감옥에 가겠다”며 버텼다.
이 사진은 1987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제목의 사진집에 실려 광주의 진실을 전국에 알리는 기폭제가 됐다. 이 사진집 발간 이후 나 씨는 사진 속의 청년을 찾으려고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16일 국립5·18민주묘지 사진전시실을 찾은 그는 “사진 속에서만 그 청년을 만나지만 5월 광주의 저항을 온몸으로 보여준 그 청년은 영원한 광주의 십자가”라며 “죽음의 공포와 분노 속에서도 주먹밥과 헌혈의 공동체 삶이 녹아 있던 금남로에 그 청년과 함께 다시 서고 싶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