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반 이명박 대통령이 오프닝 벨을 누르자 널찍한 홀 안에 들어찬 수천 명의 사람들은 한 차례 환호한 뒤 부산하게 업무를 시작했다. 5년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10년 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이 벨을 울렸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街)에서도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이곳 뉴욕증권거래소(NYSE)다. ‘빅 보드(Big Board)’란 별명으로 불리는 NYSE의 개장 벨은 미국을 찾은 세계 각국 정상과 명사들이 누르는 게 정례화돼 있다.
2월 말 기준 시가총액은 14조5759억 달러로 한국증권선물거래소(1조170억 달러)의 14.3배. 상장기업 수는 2302개이며 한국 기업은 8개가 상장돼 있다.
1792년 5월 17일 증권 중개업자와 상인 24명이 모여 월가 68번지 버튼우드(미국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증권 거래방법, 수수료율 등을 정한 협정에 서명한 것을 NYSE의 출발점으로 친다.
1602년 세계 최초로 개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보다 190년 늦고 1920년 일제강점기 때 서울에 설립된 ‘경성주식현물거래시장‘보다 128년 앞선 것이었다.
월가 11번지에 건축가 조지 포스트가 설계한 현재 건물이 선 것은 한참 뒤인 1903년이었다.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는 NYSE는 매주 주말과 크리스마스, 마틴루서킹데이 등 연간 9번의 휴일에 폐장한다. 1885년 이후 4거래일 이상 문을 닫은 것은 1차 세계대전이 터진 1914년, 금융위기를 맞았던 1933년, 2001년 9·11테러 때 등 3번뿐이었다.
NYSE는 완전히 전산으로 움직이는 한국 증시와 달리 3만 주 이상 거래할 때 특유의 ‘공개호가(呼價) 방식’을 쓴다. 이 때문에 장중에는 증권사 등에 소속된 ‘플로어 트레이더’들이 사거나 팔려는 주식가격을 외치는 소리가 거래소를 가득 메운다.
뉴욕증시가 폭락할 때면 세계의 신문에 절망한 표정을 짓는 트레이더들의 사진이 실린다. 다음 날에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 증시가 추락하곤 한다. 우리 증시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깃들기를 기원해 본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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