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중국을 여행할 때 상하이 어느 호텔에서 맨 처음으로 인연을 맺어 지금까지 애음하는 차 중의 하나다.
절강성 항주에서 차를 공부하는 4년 여 동안 가장 많이 접하고 마신차로서 내게는 어머니의 모유처럼 느껴지는, 마음으로 마시는 차이기도 하다.
용정차를 따는 시기의 용정촌은 한 폭의 수채화 보다 더 아름답다. 사봉산 그늘아래 펼쳐진 차밭에는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로 가득하고, 집집마다 마당에는 아저씨들이 차를 닦느라 뜨거운 솥에서 손놀림이 분주하다. 이곳의 차 향기가 한곳으로 모아져 저 멀리 십리 밖까지 전해진다.
얼마 전 용정촌에 사는 지인에게 소포를 하나 받았다. 받는 순간 금새 용정차임을 알 수 있는 차 향기가 코끝에 먼저 전해왔다. 짧지만 정성이 물씬 풍기는 편지와 함께 정품의 사봉용정차가 나를 반갑게 반기는 것 같아 순간 용정촌에 있는 착각을 일으켰다.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잔에 3g 정도의 찻잎을 넣고 정성스레 끓인 물을 알맞게 식힌 후(80∼90도), 약 30ml의 물을 넣고 찻잎을 흔들어 준 후 다시 뜨거운 물 120ml를 부었다. 두 평 남짓한 작은 차방이 코에 익은 구수한 용정차 향기로 가득해졌다.
눈을 감고 있으면 항주의 모든 풍경들과 그리운 얼굴들이 한눈에 그려진다. 차를 마심에 있어 이 순간만큼은 가장 행복한 시간인 것 같다. 용정차는 산지인 용정촌에 있는 우물 ‘용정’의 이름을 본 따 지었다.
용정차의 특징을 살펴보면 겉모양이 납작하고, 평평하며, 곧고, 매끈하고, 윤기가 난다. 마른 찻잎의 색은 광택이 있고, 아름다운 비취빛이다. 찻잎을 우린 탕색은 맑고, 깨끗한 푸른색이면서 살구빛이 감돈다. 향기는 밤, 난초향 등으로 표현하지만 구수한 한국의 녹차 향과 비슷하다.
지금은 한국 녹차도 중국 녹차의 영향으로 예전의 구수한 향기가 많이 줄어들기도 하였지만 용정차를 접할 때는 왠지 한국차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국인들도 좋아하는 차중의 하나가 바로 용정차다.
그런데 요즘 판매되는 용정차는 가짜가 적지 않다. 용정차가 워낙 유명하고 고가로 판매되고 있어, 절강성 일대에서 생산되는 녹차 잎으로 가짜 용정차를 만들어 비싼 값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김 영 숙
중국다예연구중심 원장이자 ‘중국의 차와 예’ 저자
현재 중국복건성 복건농림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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