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엄마 ‘정보력 기르기’ 생명

  • 입력 2008년 5월 17일 08시 56분


한국에서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유지하는 가정이라면 한번쯤 자녀들의 유학을 생각해봤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학생을 잡는 교육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유학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은 심정일 게다. 앞으로도 조기유학 열풍이 확산되고, 기러기 가족이 늘어나면 늘었지 결코 줄지는 않을 것이다.

한 때 미국 원정 출산이 사회문제가 돼 여론의 비난이 커지자 잠시 주춤했지만 그 때 뿐이다. 요즘도 여전히 원정 출산자들이 LA를 찾아온다. 단지, 쉬쉬하면서 원정출산을 하고 떠날 뿐이다. LA에는 지금도 원정출산 후 산후 조리를 하는 조산원이 성행중이다. LA에 있는 굿사마리탄 병원의 최대 고객은 한국 임산모들이다. 현찰 고객인데 그보다 더 우량고객은 없다.

한국의 지도층은 겉과 속이 다르다. 여론의 장에 나와서는 사회적인 이슈인 조기유학, 기러기 가족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그러면서 본인의 자식들은 예외 없이 유학을 보내고 있다. 사실 유학이 문제가 될 게 없다. 일찍부터 세계화에 눈뜨고 요즘 트렌드인 글로벌화에 앞장서는 일꾼이 될 수 있는 데 오히려 국가가 장려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유학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나타나면서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도 기러기 아빠 생활을 경험해봤다. 누구보다 그 심정을 잘 안다. 기자는 유학을 보내는 부류를 3가지로 분류하고 싶다. 물론 개인적인 유학동기는 각각 다를 수 있다.

첫 번째 국내에서도 명문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 이 부류는 명문 아이비리그나 스탠포드 진학으로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어느 정도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만 잠시 한눈을 팔면 안되는 학생들. 유학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명문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세 번째는 국내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유학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경우다.

그런데 미국으로 떠나는 조기유학 또는 기러기 가족으로 성공하려면 조건이 있다. 자식의 학업을 사실상 책임지는 모친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조기유학은 가급적 학생의 어머니와 함께 가야 한다. 대학생 이전의 홀로 가는 유학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주변에서 학생들 홀로 유학을 온 경우를 보면 나태해지는 경우를 종종 봤다. 게다가 미국은 약물과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곳이다. 미국 학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마약이다. 항상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

이곳 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졸업여부는 본인과 엄마뿐이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만큼 유학을 왔어도 정상적으로 교육을 마쳤는지를 파악하기 힘들다.

엄마가 해야 할 일은 필히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어야 되며 다양한 정보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LA 인근은 대중교통 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자동차가 발이다. 학교 등하교, 봉사활동에 참여하려면 엄마가 자동차로 일일이 데리고 다녀야 한다.

아울러 대학을 보냈거나 보내려는 학부모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남 아줌마들의 힘이 정보력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미국에서도 자식보다 엄마가 더 진학정보에 빨라야 한다.

AP가 뭐고, SAT가 뭔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보낼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한국처럼 “공부해라! 공부해라!”하지 않는다. 더구나 모친들이 영어를 모르는 통에 다그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적당한 스파르타식은 필요하다.

아들이 지난해 대학에 입학해서 엄마에게 한 말이 “엄마! 스탠포드에 온 애들 보니까 엄마들이 모두 strict(엄격하다)해” 였다. 기자의 와이프는 애들에게 무척 엄격하다.

문 상 열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어릴 때부터 미국 대중스포츠에 깊이 빠져

스포츠신문 기자가 됐다. 미국 특파원으로

근무했고 그 덕분에 아이들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큰 아이는 스탠포

드 대학에 재학중이고 딸은 고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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