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수록 시청률 쑥” 오락프로 ‘新 부부 마케팅’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KBS2 ‘샴페인’에 출연한 노사연(왼쪽), 이무송 씨.
KBS2 ‘샴페인’에 출연한 노사연(왼쪽), 이무송 씨.
“내가 밤 문화 청산하라고 그랬잖아.”(노사연)

“뭐 있어야 청산하지. 어디 가서 술이라도 먹어볼까 술집에 앉으면 ‘사연 언니 잘 있어요?’ 그러는데 술맛이 떨어지죠. 솔직하게 얘기해서 술 마시러 가서 와이프 얘기하는 게 좋겠느냐고. 딱 하루만큼은 잊고 싶지.”(이무송)

성인전용 ‘19세 금(禁) 토크쇼’를 표방한 KBS2 ‘샴페인’(토 오후 11시 25분)의 ‘샴페인 토크’ 코너. 요즘 오락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로 떠오른 노사연 이무송 부부가 지난달 말 동반 출연해 대화를 나눴다.

7일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노사연은 “결혼 생활 14년 중 9년 동안 싸웠다”며 “침대 위에서 액자 같은 게 (남편에게) 뚝 떨어졌으면 했을 만큼 남편을 미워했다”고 고백했다.

연예인 부부가 토크쇼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더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가? 요즘 연예인 부부들은 TV에서 남편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하고, 심지어 즉석에서 입씨름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의 솔직한 모습을 시청자들이 더 반기기 때문이다.

MBC ‘명랑 히어로’ 패널과 SBS 라디오 ‘우리 집 라디오’의 DJ로 출연하며 아줌마 입담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박미선도 방송에서 남편 이봉원을 언급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경우.

15일 KBS2 ‘해피투게더 시즌3’(목 오후 11시 5분)의 한 코너인 ‘도전 암기송’에는 가정의 날 특집을 맞이해 남편 이봉원이 박미선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봉원은 방송에 나와 박미선이 그간 얘기했던 자신의 사업 실패, 마누라 덕에 먹고산다는 소문, 개에 대한 사랑 등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인 부부의 거침없는 모습이 TV의 오락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까닭은 연예인 부부들의 파경 소식이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환상이 깨졌기 때문. ‘해피투게더 시즌3’의 김광수 PD는 “요즘 연예인 부부가 출연해 우리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면 어떤 시청자가 믿겠느냐”며 “부부 생활의 실상을 말해주는 연예인 부부들의 입담에 아줌마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최근 오락프로그램의 지향점이 이상적인 모습을 동경하도록 하는 대신 리얼리티를 통해 공감을 주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인 부부들이 자신의 사생활까지도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시청자 김기찬(60) 씨는 “굳이 환상을 심어줄 필요는 없으나 비밀스러워야 할 부부 사이의 일까지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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