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꼭대기에 있는 거대한 천문대에 비하면 첨성대는 너무 작아 초라하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대기 오염이 거의 없던 신라 때의 자연환경에 비춰보면 ‘비밀’이 풀리죠.”
20일 경북 경주시 황남동 신라문화체험장.
높이 50cm가량의 돌로 만든 첨성대(국보 31호)의 모형을 설명하던 박주연(38·여) 해설사는 “첨성대 높이가 9m 정도인 이유는 당시로서는 이런 높이로도 밤하늘을 살피는 데 별 지장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첨성대는 돌을 27단으로 쌓아 올린 것인데 1단에서 12단까지는 속에 돌과 흙이 쌓여 있다. 아직까지 원형을 잘 보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신라시대 선덕여왕이 27대 왕이었기 때문에 27단으로 쌓았다는 것과 창문처럼 뚫려 있는 13∼15단을 제외한 24단은 1년 24절기를, 첨성대를 구성하는 돌이 362개라는 것은 1년의 음력 일수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경주의 문화유산 재발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 중인 신라문화원이 설립한 신라문화체험장은 올해 3월 대릉원(천마총) 주차장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 문을 열었다.
대한불교 진각종 경주교구청이 시설 조성비를 지원하고 장소도 무료로 제공했다.
990m²의 공간은 아담하지만 신라의 문화를 체험해 보는 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높이 1m가량의 돌로 만든 다보탑 모형과 분해해서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블록형 첨성대와 고분 모형도 눈길을 끈다.
탁본도 흔히 사용하는 기와 문양 대신에 천마도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십이지신상으로 자신의 띠를 탁본한 한지는 연으로 만들어 부근의 첨성대 앞 잔디광장에서 날려볼 수도 있다. 천연비누를 이용해 다보탑과 석가탑, 첨성대 모형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재미를 더한다.
종이 금관 만들기는 체험과 추억뿐 아니라 기념품으로도 제격이다. 최근 이곳에 학생들과 함께 왔던 포항제철 지곡초등학교 하창혜 교사는 “경주에서 문화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별로 없어 무척 아쉬웠는데 상당히 유익하다”며 “새로운 추억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차를 마시며 국악 연주를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체험장은 문화 관련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지난해 노동부의 기업연계형 사회적 일자리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덕분에 주부 등 50명이 해설사와 체험도우미로 취업을 하게 됐다.
신라문화원 진병길(43) 원장은 “문화재 관광은 관람하는 방식에서 이젠 체험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변했다”며 “이곳이 경주의 문화를 재발견하는 곳으로 뿌리내리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장 이후 이곳을 찾은 사람은 8000여 명. 개장식에는 백상승 경주시장이 찾아와 체험을 하기도 했다.
경주시 우외진 문화국장은 “체험장의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경주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054-777-1950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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