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대기업 ‘로비 음악회’ 뜬다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매일 재즈 페스티벌 KT아트홀 도심 명소로

포스코 공연엔 패티김 장한나 등 호화출연진

현대산업개발도 車전시장 개조 음악홀로 개관

《건물의 로비는 기업의 얼굴이다. 요즘 기업 건물의 로비는 단순히 통과하는 곳이 아니다. 화려한 미술품, 은은한 향기가 나는 커피전문점…. 사람들이 맘껏 들어와 휴식하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이 추세다.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지는 포스코센터 로비(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즈 페스티벌로 유명한 KT아트홀(서울 종로구 세종로), 프라이빗뱅킹(PB) 고객과 영재 연주자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신한아트홀(서울 강남구 역삼동)까지 최근 대기업 로비는 다양한 음악이 펼쳐지는 콘서트홀로도 변신하고 있다. 》

○ 로비가 전시장 휴식 공간 음악홀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산업개발 본사인 ‘아이파크 타워’ 1층 로비. 정세영 명예회장의 3주기를 맞아 수입자동차 전시 공간이었던 로비 한쪽을 개조해 120석 규모의 음악홀 ‘포니정홀’이 개관됐다.

디자이너 피터 레미오스가 나무와 돌의 형상을 이용해 설계한 인테리어는 콘서트홀로는 파격적이었다. 이 홀은 평소에는 로비의 열린 공간으로 전시장이나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슬라이딩 도어를 닫고, 거리로 향한 유리창에 커튼과 음향판을 설치하면 콘서트홀로 바뀐다. 유리 건물 밖에서도 대형 모니터를 통해 콘서트가 생중계되기 때문에 길 가던 시민들의 눈길도 붙잡는다.

이날 개관음악회 사회를 맡은 피아니스트 신수정(전 서울대 음대 학장) 씨는 도심 빌딩 숲 속에 음악계의 ‘포니(Pony·조랑말)’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음악회에는 소프라노 임선혜,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첼리스트 양성원 씨와 스트링앙상블 등 전문 공연장에서도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스타급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섰다. 특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포니정홀’ 개관을 계기로 지난해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 김준희(17·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군을 후원하겠다는 약정서를 전달했다.

○ 낯선 공간에서 음악을 만나는 즐거움

“로비에서 만나는 음악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지요.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중간에 자리를 떠도 돼요. 로비음악회는 관객이 콘서트홀을 찾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기업 현장으로 찾아오는 것이죠. 음향효과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감동은 로비음악회가 더 클 수 있습니다.”(KT아트홀 김영완 과장)

서울 세종로의 KT본사 로비에 들어선 ‘KT아트홀’은 지난달 1주년을 맞았다. 1년 동안 320회 열린 ‘재즈 앤드 더 시티’ 공연은 총 9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도심의 명소가 됐다. 이길주 KT홍보실장은 “전화국 공간을 고객에게 개방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며 “입장료 1000원으로 얻어지는 수익금은 청각장애아 소리 찾기 기금으로 쓰인다”고 소개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는 한 달에 한 번씩 대형 무대와 객석이 설치된다. 매번 800∼1000명의 관객이 찾는 ‘포스코 로비 음악회’는 다음 달 100회째 공연을 맞는다. 올해만 해도 패티 김, 지휘자 금난새, 첼리스트 장한나, 가야금 명인 황병기,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씨 등 호화 출연진이 총출동한다.

포니정홀은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인 영창악기 뮤직센터 등과 문화 마케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김정현 영창악기 상무는 “영창 뮤직센터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직장인들도 콘서트홀에서 살롱음악회를 하거나 음악회와 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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