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7회를 맞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한국현대무용협회 주최)는 무용계에서 손꼽히는 이벤트다.
MODAFE는 국내외 현대무용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해 온 행사. 올해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과 중구 예장동 동랑예술원,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개최된다.
해외 무용단체를 초청해 개막공연을 선보였던 이전과 달리 올해 개막행사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한국 현대무용작품 2편으로 꾸며진다.
황미숙 씨가 안무를 맡은 파사무용단의 ‘노랑 달팽이’는 놀라울 만큼 빠른 달팽이의 모습을 형상화해 ‘인간의 눈에 느려 보이는 달팽이의 걸음은 그들에게 최선의 전력 질주’라는 사실을 전해준다.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편견을 꼬집는 작품이다.
또 LDP무용단(안무 이용우)의 ‘The Freedom of Will’은 현대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억압과 속박에 짓눌린 인간이 자유를 찾고자 애쓰는 몸짓을 보여준다.
‘인간의 본질을 찾고자 움직임의 극단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번 무용제의 주제다. 그 주제의식을 해외 무용단의 최신작에서 만날 수 있다. 오줌과 눈물을 이용한 공연 ‘눈물의 역사’로 2년 전 국내에 큰 충격을 주었던 얀 파브르(벨기에)는 신작 ‘여자가 남자의 주역이었을 때’를 선보인다. 올리브유를 뿌린 무대에서 전라의 여성 무용수가 춤추는 이 공연은 파브르의 신체에 대한 집요한 탐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무용수 허성임 씨를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랑스 카브 카낭 무용단을 이끄는 안무가 필리프 콩브는 얇은 천 아래서 춤추는 여성 무용수를 통해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육체를 표현한다.
한국 무용수 안은미 씨가 스위스의 링가무용단과 공동 작업한 ‘뮤커스 앤드 에인절’은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관을 몸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안 씨와 스위스 안무가 겸 무용가 카타르지나 그다니에치가 무대에 선다. 특히 무대를 내려와 객석에서 관객과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무대의 관습을 타파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2만∼7만 원. www.modafe.org 참조. 02-765-5352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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